[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디지털 전환 수준에서 세계적 선도 국가로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전자정부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난달 26일 대전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효율성과 속도에 강점이 있던 중앙 집중형 전자정부 고도화는 이번 화재로 이른바 ‘단일 실패 지점 위험(Single Point of Failure, SPOF)’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비상 대체 수단 부족이라는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빠른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태는 농업인과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185개 시스템은 광주 센터와 민간 클라우드 등에 분산돼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 부처와의 정보 연계가 중단되면서 공익직불금 지급 관련 검증, 농식품바우처 자격 확인, 민원과 공문 수발신 등 행정민원 처리 등에서 차질이 발생중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신속히 실국장, 소속·산하기관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공익직불금 자격 검증 기간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하는 조치를 했고 농식품바우처의 경우도 지자체를 통한 수기 접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업무 역시 수기 접수 체계를 운영해 원활한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응은 시급한 임시 조치로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정자원의 이번 사태가 보여준 본질적 문제는 단순한 일정 연장이나 수기 접수로 덮을 수 없다.
우선 국가 주요 전산 인프라가 단일 시설에 집중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정자원 화재 하나로 전국 행정 서비스가 흔들린다는 사실은 디지털 시대에 심각한 경고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 연속성(continuity of service)은 중요한데 공익직불금은 133만 농가에 약 2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주요 정책이다. 특히 농식품바우처의 경우 취약계층 가구에 매월 지급되는 지원인데 지급이 늦어질 경우 생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단순히 기한 연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비상시에도 전자적 검증·지급이 가능하도록 예비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시스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물리적 이원화, 지역별 분산, 클라우드 기반 백업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번 국정자원 사태는 단순 화재가 아니라 ‘재난 대비 부족’이 만든 사회적 혼란이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과 대책이 필요하다. 각 부처와 기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산센터 안전관리, 긴급 복구 매뉴얼, 대체 시스템 전환 속도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 사태는 우리 사회가 정보화에 의존하는 만큼 그만큼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비교해 볼 때 표준화나 디지털 행정 속도에선 더딘 편이지만 지진 등 재해에 대비한 부처·지자체별 분산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예방적 분산, 다중 백업 중심의 운영 때문에 전면 마비 위험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농식품부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동일한 위험에 놓여 있다. 따라서 단기적 조치와 함께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축산 분야에서 가축질병과 관련해 선제적 대응과 예방이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이번 국정자원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