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1980년대만 해도 우리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토양에서 생산되는 그대로’라는 믿음 아래 농산물에 상처가 있거나 크기가 일정치 않더라도 정성을 다해 재배한 농업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농산물을 선택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통 환경의 복잡성과 다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농산물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게 됐다. 특히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농산물 품질에 대한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1992년부터 농산물 표준규격 제정과 사후관리를 담당하며, 농산물의 품질을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동안 ‘포장규격’만을 규정하던 농산물 품질기준은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농산물 등급기준’으로 확대돼 농관원은 과실류 16개, 채소류 51개, 서류 2개, 특작류 5개, 버섯류 3개 곡류 17개, 화훼류 26개 등 총 120개 품목에 대해 농산물 표준규격을 고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품질 등급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 표준규격은 농산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인들에게는 생산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농산물의 품질을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글로벌 농산물 유통의 확대 속에서 우리나라 농산물의 품질을 세계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소비자 맞춤형 농산물이 요구되는 시대에 농관원은 농산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기준 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농산물 품질을 관리하는 표준규격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규정이 아니다. 이는 소비자와 농업인 간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기준이자 농산물의 품질을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자리 잡았다. 이 기준에 따라 생산된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더욱 신뢰를 얻고 농업인에게는 더 나은 시장 경쟁력을 제공하며, 나아가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농산물 품질 관리에 대한 철저한 기준과 소비자 맞춤형 품질 보장은 오늘날 농산물 시장의 핵심적인 요소이며, 앞으로도 농관원은 품질 향상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