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회사 대표에서 남해 어부로…선주 멘토링이 큰 힘
어선청년임대사업 통해 부족한 어업기술 익혀
가족과 행복한 삶 위해 귀어
새벽에는 조업하고 지역사회와 어울리며 크고 작은 일자리 통해 부업 참여
어업 숙련도 쌓으며 초보 어부서 성장 중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김민재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부족한 어업기술을 익히면서 선장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김민재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부족한 어업기술을 익히면서 선장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 서울에서 인테리어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즈음만해도 사업이 괜찮았지만 코로나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됐죠. 회사일을 내려놓지 못하다 보니 집에 가서도 걱정만 하는 일상이 반복됐었죠. 그러던 차에 귀어를 알아보게 됐고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남해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지난해 경남 남해군으로 귀어한 김민재 선장은 서울에서 운영하던 인테리어회사를 폐업하고 남해로 귀어했다. 실내건축업만 했던 그가 귀어를 한 것은 자연환경이 좋아서라거나 낚시를 좋아해서가 아닌 오로지 가족과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함이었다.

# 창업, 폐업 그리고 귀어

김 선장은 부산에 위치한 동의과학대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인테리어회사를 차렸다. 전공을 살려 창업한 그는 착실히 회사를 키웠고 코로나19 대유행 즈음에는 꾸준히 연매출 3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사업도 번창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금리가 빠르게 치솟았고 사업여건은 악화됐다. 도급을 준 업체가 폐업을 하는 등 자금회수가 쉽지 않았고 경기마저 침체국면을 맞이하면서 자금회전의 압박도 커졌다.

그는 “내가 창업한 회사를 포기하지 못하다보니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집에서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다”며 “자연환경이 좋다거나 낚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내가 집에서도 걱정만 하자 딸 아이가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듯해 귀어를 고민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귀어를 결심한 김 선장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정리하면서 귀어를 준비했다. 귀어학교를 다니면서 교육을 받고 이 과정에서 어선청년임대사업을 접하고 남해로 어선승선실습을 하러오게 됐다. 남해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이때다.

김 선장은 “지역을 선정할때까지만 해도 남해는 어렸을 때 한번 와본 동네 정도였는데 귀어학교에서 승선실습을 하는 곳이 남해였던터라 남해로 귀어하는 것을 결정하게 됐다”며 “회사를 정리하면서 가족들을 설득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어선청년임대사업을 알게 돼 귀어를 하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만족스러운 남해의 생활

김 선장은 귀어이후 남해군에서의 삶에 대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회사를 운영할 당시 겪던 극심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탁 트인 바다마을에서의 삶은 갇힌 느낌의 서울생활과 달랐다.

특히 달라진 것은 가족들과의 관계다. 스트레스가 줄어든 김 선장은 가족들과 더 나은 삶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지낼 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있고 싶었는데 남해로 내려오고 나서는 아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서울에서는 갇혀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어촌은 나만 부지런하다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족도가 높은 것은 김 선장뿐만이 아니다. 김 선장의 아이 역시 남해에서의 생활에 만족도가 높다. 도시지역에서는 학원 등 교육여건은 비교적 낫지만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데는 제약이 있었다. 반면 김 선장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여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학교다니는 것을 즐거워한다.

김 선장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승마를 비롯해 여러 체험프로그램들이 많이 마련돼 있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학교수업시간에도 바닷가 걷기 등을 경험할 수 있어 아이가 좋아한다”며 “아이가 학교에서의 활동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나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시간

김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어업을 하는 지금을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기성어업인들에 비해 어업경력이 짧다 보니 어획량도 비교적 적고 이로 인해 수익을 올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다만 지금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어업경영을 위한 세부계획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특히 김 선장은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감을 쌓아나가면서 지역사회로 동화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해나가고 있다. 새벽에 조업을 하고 오후에는 지역의 크고 작은 일자리를 통해 부업을 하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지역의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레저활동에도 부업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 선장은 “지역에서 지내다보니 마을의 어르신들과 형님들과 친분이 많이 생겼고 여러 가지 도움도 받고 있다”며 “귀어 초보인만큼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초보어부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 역시 귀어 초기에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김 선장이 정착한 마을의 이장은 김 선장이 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 창고를 빌려주기도 하고 지역의 주민들을 통해 다른 업종의 배에도 승선하면서 어업 숙련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선장은 “내가 임차한 배가 특화된 부분도 있고 마을의 형님 배가 특화된 영역도 있어 서로 교차해서 함께 조업하기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마을의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노력한다면 귀어 초기에 마을에 정착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을 정착을 도운 선주의 멘토링

김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은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지원정책이라고 말한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이 단순히 귀어초기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의 수준을 넘어 초보 귀어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 중 만족도가 높은 것은 선주로부터의 멘토링이었다. 가족이 어업을 하고 있지 않는한 초보어부들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선주가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어선을 임대하는 경우 선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관고장, 스크류 고장 등으로 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고가 없는 남해군으로 귀어했는데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배를 빌려준 선주가 어업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몸으로 조업과정을 익혀볼 수 있어 나중에 내가 배를 사더라도 크고 작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배를 빌려준 선주가 단순한 임대인이 아니라 어업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김 선장에게 배를 빌려준 선주는 직장을 다니다 남해로 귀어한 귀어인이자 현재 지역으로 귀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귀어닥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청년어업인들에게는 단순히 저렴하게 빌려줄 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귀어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도 중요하다”며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좋은 선주를 만난다면 귀어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후배 귀어인에게 전하는 김민재 선장의 TIP]

# 후배귀어인에게 전하고픈 말은.

“귀어를 준비한다면 단순히 어업을 위한 업종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지역 등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남해군에도 다양한 업종이 있고 마을마다 특성도 다른 점이 많다. 단순히 어떤 어업을 할 것인지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배와 지역, 어업방식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어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또한 귀어 과정의 자금상황을 고려할 때 어구구입비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한다. 내 경우는 어선이 여러 어업허가가 있어 어구구입에만 2500만 원이 들어갔다. 어업에 진입하려고 할 때 이런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어려움이 적을 것이다.”

# 공단에 바라는 점은.

“어선청년임대사업 대상자에 대한 단순한 지원 확대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귀어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귀어를 하지만 귀어인이 정착해야하는 마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귀어인을 받는 것이 마을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면 많은 마을에서 귀어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나설 것이고 이는 청년들이 어촌사회에 정착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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