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 충남대 교수
가축분퇴비 품질 향상, 농가 경영 안정
자원순환·탄소중립 실현과 직결
경종농가 신뢰 높일 우수 비료체계 필요
제도·기술 과학적 합리적 재설계 시급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가축분뇨는 예로부터 농경지의 비옥도를 높이는 귀중한 비료원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가축분뇨를 퇴비화해 부숙된 퇴비를 농경지에 환원하는 것은 단순한 부산물 처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토양에 유기물과 미량원소를 공급해 작물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토양의 완충능력과 수분 보유력을 개선한다. 가축분퇴비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축분퇴비가 지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축분퇴비에 대한 경종농가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농가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수요 적체라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농경지 면적 축소 탓으로 돌린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2002년 약 186만ha에서 2022년 약 150만ha로 20년간 약 19% 감소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단순한 면적 감소보다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가축분퇴비의 품질이 경종농가의 실질적인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농가들은 성분의 불균일성과 낮은 품질 신뢰성을 문제로 꼽으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축분퇴비 사용을 주저한다. 대신 수입산 유박이나 계분 등을 원료로 하는 유기질비료를 선호하는데 이 비료는 가축분퇴비보다 3~4배가량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분 보장과 품질 신뢰도가 가격 차이를 상쇄하고 있다.

이는 가축분퇴비 수요 적체 해법이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 향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경종농가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퇴비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품질이 보장된 퇴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연간 약 5100만 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는데도 국외에서 유박이나 계분을 수입해 퇴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자원순환 측면에서 심각한 모순이다.

국내 사료 원료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양분 유입 과잉은 이미 심화된 문제인데 여기에 또 다른 형태의 양분이 추가되면 농경지의 양분 불균형은 더욱 악화된다.

이는 비단 농업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질 관리와 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축분퇴비의 수요 적체를 해소하고 국가적 자원순환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가축분퇴비의 생산공정과 성분을 개선해 품질을 높인다면 농가는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퇴비를 확보하게 돼 비료 구입 부담이 완화되고 경영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 나아가 국외 양분 유입을 줄여 국내 농경지의 양분 균형을 개선하고 화학비료를 대체함으로써 농업 부문의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축분퇴비 원료 표시제를 단순히 원료 위주에서 질소·인산·가리 등 주요 비료 성분의 성분 표시제로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들 비료 성분의 합을 유기질비료와 같은 수준인 7% 이상으로 설정해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품질 기준의 정립과 생산공정이 개선된다면 현재 20kg 한 포에 약 4000~5000원에 저가로 공급되고 있는 가축분퇴비의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 시중 유기질비료 포당 약 1만5000원의 50~70% 수준에서 판매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는 만성적 적자에 시달린 가축분 퇴비화 시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농가와 제조시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 구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축분퇴비의 품질 향상은 단순한 농업 기술의 진보를 넘어 농가 경영의 안정, 효율적인 자원순환, 그리고 국가적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중대한 목표와 직결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가축분퇴비를 더 이상 값싼 부산물이 아니라 경종 농가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비료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가축분퇴비가 실질적인 품질 개선을 통해 현장에 안착된다면 그동안 누적돼 온 수요 적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우리 농업은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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