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올해는 우리나라가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해 농업분야 ODA 사업을 추진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더불어 지난 1월에는 5년 주기로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인 ‘제1차 국제농업협력사업 종합계획(2025~2029)’을 수립하는 등 농업분야 ODA에 있어 이런저런 의미가 큰 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ODA 규모는 지난해 39억4000만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32개 회원국 중 13위로 오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2016년 156억 원으로 출발했던 농업분야 ODA 예산액도 올해 243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ODA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음에도 지난 7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5개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5년 식량 안보·영양 현황(SOF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아에 직면한 인구가 약 6억3800만 명에서 7억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식량 지원 등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 인구의 약 7.8∼8.8%에 해당하는 기아인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ODA 사업 추진체계와 재정 집행의 효율성 개선과 함께 기존의 ODA 사업 체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농업 분야 ODA 상업의 상호호혜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를 위한 과제’ 제하의 보고서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경제발전에 따라 개발협력국들의 경지면적은 정체되는 추세인데 반해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혜국 현실에 맞춘 농업 역량 강화와 장기적으로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ODA 사업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식량원조, 아프리카 쌀 생산 증진을 위한 케이(K)-라이스벨트 사업 등과 WFP, FAO, IFAD 등 국제기구의 전문성을 활용한 농업·농촌개발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늘어난 농업 분야 ODA 예산이 주로 단기 프로젝트형 사업 증가에 사용되면서 그 비중도 2015년 77.6%에서 2023년 97.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농업 분야가 식량 지원이나 농업기술 전수에서 벗어나 상호호혜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한 사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지난 20년간 농업 분야 ODA는 개발협력국의 기아 위기 해소, 농업 생산성 향상, 농가소득 증가, 케이(K)-농업 홍보, 식량원조의 중간 공여국 등을 통해 국가 위상를 제고시키는 등의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기존에 확대해 왔던 식량원조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ODA 사업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몇가지 개선과제를 살펴보면 먼저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 단기적 성과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형 사업을 중장기 프로그램형 사업으로 전환하고 대상국 수요와 역량에 맞게 다양화, 단계화 모델을 개발·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단편적인 접근보다는 식품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개선을 목표로 한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ODA사업의 분절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 기획단(TF)을 설립, 통합사업 모델 개발을 통한 사업의 효과성 제고와 함께 농업 분야 ODA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것을 제안했다.
2025년이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연말까지 농업분야 ODA 사업의 근간이 되는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의 전체 ODA 예산이 올해보다 1423억 원 삭감된 6조3587억 원으로 책정된 상황에서 앞서 수립한 농업개발협력 종합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이번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과 국제농업협력사업 종합계획이 서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