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최근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농촌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자체, 국회까지 나서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2개년 간 시범사업으로 참여할 지자체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곳의 선정을 마쳤지만 참여 지역을 늘리고 국고 보조율도 높여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에 결국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가 당초 내년 정부예산안으로 책정됐던 1703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409억 원으로 예산을 증액,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부 심의 중이다.

이에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도 앞다퉈 국회의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관할지역을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추가 대상지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를 추가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지난 공모 심사에서 7위 안에 들지 못해 탈락된 충북 옥천, 전북 장수·진안, 전남 곡성, 경북 봉화 등 5개 군이 추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열양상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농어촌 기본소득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장기간 지속된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인해 군단위의 농어촌 지역은 활력을 잃고 있으며,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생활 서비스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소멸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소멸위기에 놓인 군 단위의 지역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기존에 행해 왔던 인프라 중심의 정책 추진에서 벗어나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을 통해 지역 활력을 회복하고 지역 순환 경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책적 전환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 한쪽으로는 걱정도 앞선다. 바로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자칫 ‘공짜 돈’, ‘현금성 복지’처럼 여기는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해가 있지 않을까해서다. 물론 나만의 기우(杞憂)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추진하고 있는 농민수당, 공익직불금,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 정책과 동일하게 농어촌 기본소득을 단순히 추가적인 복지 지원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특히 주민들로서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자신의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순환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득이나 재산 기준, 개인의 노력 없이 주민 전체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보편적 성격의 기본소득이 소위 공짜 돈으로 여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혹시 모를 이같은 기우는 향후 농어촌 기본소득이 정책적으로 안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농어촌 기본소득의 출발은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이 단순히 지역화폐를 나눠주는 복지가 아닌 농어촌의 공익적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지역 경제를 재설계하는 투자 개념으로 명확히 인식시키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기본소득으로 인한 지역 경제, 인구 유출입 등의 변화를 데이터로 투명하게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긍정적 변화를 체감·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다양한 연계사업을 함께 추진,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책은 본질적으로 정부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정집단, 즉 정책 대상의 행동 변화나 반응을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결국 정책 대상이 정책의 취지나 내용, 이행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용할 때만이 의도했던 정책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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