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고단백·저지방 생선 '블루길·배스'

대규모 포획·자원화 시스템 구축

새로운 어업·가공산업 창출 '효과'

정부주도 정책·연구개발·규제혁신을

생태계 복원·착한소비 '1석2조'

“어디 먹태깡 없나요?” 먹태깡은 2023년 6월 26일 출시 한 달 만에 200만 봉 넘게 팔리고 품절 대란에 주말 개점 시간 구매까지 만들어 냈다. 출시 당시 60g에 1700원 정가에 판매됐지만 웃돈이 붙어 정가의 5~6배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먹태깡의 주재료는 먹태이다. 먹태는 명태를 덕장에 걸어 황태를 만들다가 황태로 되지 않고 색이 검게 변해 붙여진 이름이다. 황태의 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색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없다고 외면받던 ‘먹태’는 이제 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됐다.

이는 버려지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가치를 부여했을 때 발생하는 혁신적인 성공사례다.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내수면에서 골칫덩이로 취급받고 있는 블루길과 배스를 제2 먹태로 활용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1970년대 식량 증식을 위해 도입됐던 블루길과 배스는 강력한 번식력과 포식성으로 인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포획‧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연간 수매사업에 투입되는 퇴치 비용은 전국적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며 수확된 어획물은 비료나 사료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폐기 처분에 그치고 있다.

충남도의 한 연구 사례에 따르면 블루길과 배스에 대한 가공식품 산업화가 성공하면 연간 최소 50억 원, 전국적으로는 2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신선도가 보장된 블루길과 배스의 안정적인 공급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200억 원의 이상의 경제효과는 단순히 수산물을 판매하는 이익을 넘어 수입 연육을 대체하고 폐기 비용을 절감하는 종합적인 경제가치를 포함하는 수치다. 이를 위해 현재의 단순한 퇴치 사업의 한계와 미이용 수산자원의 숨겨진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블루길과 배스는 맛이 없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외면받고 있다. 특히 낚시꾼들 사이에서나 간혹 매운탕 재료로 쓰일 뿐, 대규모 유통 경로와 가공 시장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깨끗한 1~2급수에서 서식하며 고단백, 저지방 구조를 가진 우수한 영양 성분을 자랑한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 포획을 통해 자원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퇴치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어업, 가공 산업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책 추진과 선입견을 깨는 연구 개발(R&D), 그리고 유통을 가로막는 규제의 혁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적극적인 공익 마케팅과 브랜드화다. 어묵, 어포, 통조림 등의 형태로 가공된 제품은 내수면 수산물 특유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환경과 생태계 복원에 이바지하는 ‘착한 소비’라는 사회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연간 수만 톤에 달하는 미이용 수산자원인 블루길과 배스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지속해서 포획함으로써 이들의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의 포획량이 10% 증가할 때마다 토착 어종의 치어 생존율이 최소 5%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 전략의 생태적 효과를 뒷받침한다. 더 적극적으로 단순히 포획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블루길과 배스의 가공과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정 비율을 ‘고유 어종 보호 기금’으로 조성해서 쏘가리, 붕어, 미꾸라지 등 토종 어종의 종묘 생산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하면 이를 통해 단기적인 경제 효과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내수면 생태계를 복원하고 고유 어종의 어업을 활성화해 지속 가능한 ‘생태-경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비주류로 여겨지던 자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곧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먹태’의 사례처럼 이제는 블루길과 배스가 환경을 파괴하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포획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골칫덩이’ 블루길과 배스는 환경을 살리고 국민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제2 먹태 신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어업인, 소비자 등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유산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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