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해인 2005년 새해가 밝았다. 닭은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밝히는 전령이기에 새해를 맞는 감회와 각오는 더욱 남다르다. 닭은 우리 선조들과 삶을 같이 해 왔다. 특히 닭은 선조들의 문화 속에서 입신출세와 부귀공명, 자손번창을 상징했다. 닭띠 해인 새해에는 이처럼 좋은 일만 넘쳐 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나라경제 전체적으로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농어업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농업계는 지난해 쌀 협상을 거치면서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위기감 증폭은 물론 농정불신마저 더욱 키웠다. 농림부가 지난해에 `농정신뢰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신뢰확보에 나섰지만 쌀 협상을 거치면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정부와 농업인이 서로 힘을 모아도 당면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데 농정불신만 더욱 불거졌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숱한 과제
이런 가운데 발등에 떨어진 과제는 너무나 많다. 당장 쌀 산업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쌀 협상 결과에 따라 저율관세의무수입물량(TRQ)이 지난해 20만5000톤에서 올해 22만5500톤으로 증가하고, 이 가운데 10%인 2만2550톤이 소비자에게 시판되게 된다. 물론 TRQ물량의 소비자 시판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마련되겠지만 수입쌀이 제한적으로나마 소비자에게 판매된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진행상황에 따라 쌀 협상보다 더 큰 충격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의 모델리티(세부원칙) 마련을 위한 협상그룹별 회의도 다음달부터 본격화된다.
한·칠레 FTA(자유뭉역협정)를 시작으로 한·일, 한·미,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한·중·일 FTA도 필요성이 제기되거나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로 농수산물시장의 개방 확대는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대외적인 시장개방 요인만이 국내 농어업계의 목을 죄고 있는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웰빙·친환경 바람 속에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축산업의 경우 악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산업 역시 남획에 따른 어족자원의 고갈로 어획고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실정으로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은 상황이다.

◇불신을 화합으로 승화시켜야
이처럼 산적한 발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신과 반목, 갈등의 골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현 상황에서 한발 짝도 전진하기 어렵다. 아무리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더라도 농어업인과 정부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농민단체와 농림부는 지난해 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게 패인 불신의 골을 매우는 데 나서야 한다. 누가 먼저라고 따질 겨를이 없다. 서로가 화해의 손길을 보내고, 내민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용기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불신을 화합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계획만으로는 안 된다
화합 다음은 계획의 차질 없는 실천이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을 쏟아 부은 각종의 대책들이 마련돼 시행됐지만 국내 농어업과 농어촌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사업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업대상자를 제대로 선발하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더라면 최소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겉만 번드르르한 계획만으로 천 갈래 만 갈래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농어업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농어업·농어촌문제를 기필코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중무장하고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하는데 농어업계와 정부가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새해는 불신을 화합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농어업·농어촌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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