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품질고급화장려금이 시행 6개월만에 삭감됐다. 농림부는 그동안 육질·육량 등급 기준에 따라 지급돼온 장려금 30만원과 20만원을 올해부터 각각 10만원씩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가 보조성 예산 폐지방침 등을 내세워 축산발전기금을 심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축산물의 품질 고급화는 수입 축산물과의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나 축산인 모두가 공감하는 부문이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양축가들을 설득했던 부문이다. 한우의 품질 고급화에 도움이 됐던 장려금이 시행된 지 6개월만에 삭감된 것은 그 이유야 어떻든 정책의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격이 됐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회사들이 수입 쇠고기와 젖소고기를 한우고기로 둔갑판매하는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수도권 주요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19개 업체 55개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우고기 145점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대형 할인점 C사의 안양·야탑·일산 3개 지점의 제품과 서울 K백화점의 1개 제품이 부정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동갈비 유통업체인 W·N·B사는 식용접착제를 사용해 갈비뼈에 수입 부채살이나 목살 등을 붙여 가짜 이동갈비를 유통시켜 수 년간 100억원 대에 달하는 거액을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쪽에서는 양축가들에게 소비자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구매하기를 원한다고, 또 외국산 축산물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품질 고급화 뿐이라고 독려하다가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춘다. 다른 한 쪽에서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담보로 사기를 치면서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다. 그 틈바구니에서 골병드는 것은 양축가들 뿐이다.
유업체들은 우유 소비가 전년에 비해 흰우유, 가공우유 가릴 것 없이 소비가 줄어들어 낙농업계가 움츠려들고 있다며 그 이유를 원유값 인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낙농가들은 유업체들이 우유 소비촉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묻고 있다. 원유 감산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혼합분유 수입물량이 3만6761톤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2배에 가까운 량이 수입된 것이 확실한 데 유업체들은 이중 20%만을 소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전년에 비하면 2배에 가까운 량이다.
80년대 초 대만 정부는 동전이 유통되지 않자 국민들에게 가정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의 유통을 호소한 적이 있다. 동전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동전 값을 훨씬 웃돌므로 잠자고 있는 동전을 은행에 가져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며칠만에 엄청난 양의 동전이 은행으로 몰려 관계자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IMF(국제통화기금) 당시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세계도 놀라고 스스로도 놀랐다. 그 힘의 원천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지금도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그건 바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동기이다. 내 하나의 힘이 전체를 살린다는 믿음이다.
정책과 반대로 농사를 지으면 돈을 번다는 말은 정부가 정책을 따르는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서로를 속이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부와 농민과 업계와 소비자가 서로를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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