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농림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박홍수 농림부 장관 주재 농민단체장 간담회는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농정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한 박 장관이나, 농업계의 각종 주문을 쏟아내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농민단체장들이나 이날 만큼은 소위 `피아구분''이 분명치 않았다.
박 장관이 “농민단체장 회의장소에 참석한 것 같다”며 과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시절의 감회를 시사하자 농민단체장들도 농민단체 출신의 장관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농민 손에 농정이 통째로 맡겨진 적이 없었다”는 박 장관의 말에 농민단체장들은 “우리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답해 이 자리가 정부와 농민단체간 의기투합의 장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단체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은데다 `정부따로, 농민따로''의 농정으로 인해 불신이 팽배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이같은 분위기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특히 쌀 협상,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 각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정 등 수입개방파고와 쌀 소비감소 등 농산물값 하락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산재한 가운데 정부와 농민단체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됐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와 농민단체가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농민단체를 정책수행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해 줘야 하고, 농민단체는 수혜의 대상이라는 마인드를 벗고 정책 주체로서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야 할 것이다.
박 장관이 이날 “양봉협회장은 양봉분야의 장관이 되고, 전업농회장은 쌀분야의 장관이 되고, 버섯협회장은 버섯분야의 장관이 돼 달라”며 “전 농업계가 힘을 합치자”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와 농민단체는 여기다가 농민 스스로 일어서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대농민 설득 및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농민단체 출신의 장관으로 인해 정부와 농민단체간 모처럼 구축된 신뢰가 농업발전으로 이어지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농정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민이 농정 주체자로서 우리농업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우리농업 문제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농업회생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농업계가 합심해 노력하면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박 장관의 말이 농업계에 메아리로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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