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가락시장 농산물 표준지수를 보면 사과·배 등 과일류는 138.05, 배추 등 잎채소류는 86.67, 대파·양파 등 양념채소류는 85.94로 나타났다.
5개년 평균가격보다 과일류는 38% 가량이 높은 반면 잎채소류나 양념채소류는 15% 가량 낮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과일 가격은 높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고 채소 가격은 낮으니 문제가 많을 것으로 치부하기 쉬운 수치다.
하지만 `팔려야지 좋든 싫든 할 것 아니냐''는 가락시장 한 상인의 말처럼 가격이 낮아 고민하는 농가나, 반대로 가격이 높아 고심하는 상인이나 어려움은 매 한가지다.
흔히 농산물의 적정가격을 말할 때 `제 값''이란 표현을 쓴다. 이는 생산자인 농민만을 뜻하는 의미가 아니다. 농민은 자신이 노력한 대가만큼의 값이고, 유통인과 소비자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히 지불하려는 값을 말한다.
그런면에서 현재 과일 값이 높은 것은 소비가 크게 증가해 기꺼히 지불하려는 수준이 높다기 보다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격이 높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채소 역시 물량이 많은데다 소비마저 따라주지 않은 지가 반년이 다 돼 간다.
그나마 설이 다가오면서 조금은 매기가 살아나고 있으나 명절 이후면 의례 매기도 끊기고 상품성도 낮아지면서 오히려 장기 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소비를 촉진시키고 적정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만큼 했으면 됐지''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유통인, 생산자 모두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또 정부나 농협이 산지수매를 통해 수급조절을 유도하려 한다면 단순히 상품성이 없어 버려두는 물량을 폐기해 성과를 올리기 보다는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