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결국 경제사령탑에 앉았다.

2002년 한·중 마늘협상 이면합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던 인물이 불과 3년만에 `경제부총리''라는 더 높은 지위로 농민앞에 나타난 것이다.

한 부총리는 한·중 마늘분쟁 당시 중국측의 부당한 경제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손을 들어준 철저한 개방론자로 알려져 있다. 또 2000년 한·중마늘협정을 체결하면서 협정문 부속서에 `2003년 1월1일부터는 세이프가드(safeguard)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이면합의를 해줘 굴욕적 통상의 대표적 책임자란 낙인도 찍혀있다.

한·중마늘협정 이면합의는 그 어떠한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한 불법이라는 사실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의해 밝혀져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허구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다.

이번 경제부총리 인사를 두고 농업계 내부에서 `이 나라 경제를 미국을 위시한 세계 투기자본에게 송두리째 내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통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올해는 쌀 협상안에 대한 국회비준과 DDA홍콩 각료회담, 한·일, 한·미 FTA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이 줄줄이 진행되고 있어 자주적인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한 대외통상정책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시름은 더욱 크다 하겠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그 어느해보다 신중하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총괄해야하는 상황에서 반국가적인 이력이 뚜렷한 인물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노무현대통령의 발상은 경제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비롯 1·2차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는 비난성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국농민연대도 “선진국으로의 연착륙을 위해서 필수적인 농업의 발전에 대한 아무런 식견도 갖추지 못한 인물에게 경제책임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독단임이 분명하다”고 혹평했다.

따라서 한 부총리는 이제라도 지난 마늘파동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그로 인해 발생한 우리농업의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등 울분으로 얼룩진 농심을 달래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 부총리를 상대로 결코 경제논리로만 풀수없는 농업의 현실과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농업계의 절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차원의 대응논리 마련이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농민단체들간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농민단체들간의 색깔이 다른 탓에 그동안에는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으나 이번 만큼은 반농업적, 경제우위론, 개방론 등에 맞설 수 있는 결집력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힘이 훨씬 더 세져서 돌아온 한 부총리를 농업계의 우군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여전히 적군으로 남게하느냐는 농업계의 몫으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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