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미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 압력에 대해 “어떠한 경우라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연후에 수입 재개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철회를 요청하고, 한국에도 그와 동등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지난 19·20일 한국을 방문한 곤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조속한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청하는 등 한국방문의 주요 이슈중 하나로 부각시킬 만큼 그 압력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박 장관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에 `원칙''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박 장관은 또 이달말 한·미 전문가 협의회를 열어 미국의 방역대책을 평가하고 이후 현장조사 등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가를 따져보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치적인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금지로 쇠고기 가격이 `고가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입선이 호주와 뉴질랜드로 좁혀지면서 물량이 부족해 이들 국가의 쇠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수입업자들이 남미산 수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에 따른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지금처럼 호주산 쇠고기의 물량확보가 어렵고 가격이 오른다면 남미산 쇠고기 수입은 봇물을 이룰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나라의 쇠고기도 국내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기 위해서는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은 미국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국내 축산업은 지금 안전과 위생을 전제로 한 고품격 축산물 생산의 기반을 닦기 위해 자금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인 동시에 상생의 원칙이다. 반대로 미국과 캐나다는 광우병 상재국이다. 그런 그들이 자국의 쇠고기 생산업체를 위해 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광우병 발생국이면서도 그 압력의 중심에 서 있는 일본 조차도 안전이 확보된 상태가 아니면 수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마당이다.

우리는 다르다. 광우병 미발생국이다. 2002년 이후 구제역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이로인해 악성 가축질병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쏟아부은 수많은 민·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는가.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정치논리 때문에 국민의 건강과 우리의 생산기반이 위협받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