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밥통하면 일제 `코끼리 밥통''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마디로 국내 가전사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사들은 일본산 코끼리밥통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정부의 수입규제라는 보호속에 그럭저럭 먹고 살았다.
그러나 수입규제가 없어진 지금 코끼리 밥통을 찾는 소비자는 드물다. 전기밥솥은 이제 종주국인 일본으로 수출할 판이다.
이같은 결과는 공짜로 우연히 진행된 일이 아니다. 시장 개방과 동시에 국내 가전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날밤을 새워가며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최근 국내 농기계시장은 어떤가. 농기계시장에서는 고급형 일본산 농기계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농기계 수출입은 수출 4000만달러, 수입 5500만달러로 15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또 조만간 집계되는 3월 수출입실적에서도 무역적자는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적자의 원인은 상반기 판매 주력기종인 승용이앙기시장이 일본산에게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까지 수입된 승용이앙기는 3854대로 이중 일본산이 3147대, 중국산이 707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본의 구보다사가 올 하반기 4조 콤바인 시판을 계획하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콤바인 시장마저 잠식당할 것이라는 예고가 나오는 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리 농기계업체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기종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도태돼야 마땅하나 정부의 보호 때문에 버젓이 살아 남은 것이 현실이다. 그 피해는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가들이 고스란히 받는다. 그리고 결국 소비자는 국내 토종농기계업체를 외면할 것이다.
농업기계화의 기술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