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이라고 해서 김치를 수입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수입이 정도를 지나치게 많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김치수입량은 7만2605톤을 기록해 전년보다 153%가 증가했으며, 2002년 1051톤보다는 무려 69배나 늘어났다. 이같은 폭발적인 김치수입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돼 지난 1분기 수
입량이 2만2000여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김치 수입이 언제까지 폭증세를 이어갈지 도무지 짐작마저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김치 수입의 폭증은 국내 배추시장으로 충격파가 퍼지면서 배추가격의 장기적인 약세를 불러오고 있다. 김치수입 폭증 영향으로 배추가격은 올해도 여지없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폭락했
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가락동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배추의 kg당 단가는 203원으로 전년 502원의 40% 수준으로 폭락했다. 여기에다 김치공장으로 납품되는 배추물량
도 그동안 시장반입물량의 15~20% 가량에서 최근에는
10~15%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김치수입이 관련산업계에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치 종주국의 체면은 고사하고 이러다가는 국내 배추 생산기반마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값싼 중국산 김치의 폭발적인 수입은 김치 종주국의 위상 추락은 물론이고 국내 배추재배 농가들의 수입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이만저만하게 아닌 것이다. 김치 수입 폭증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념채소류
소비감소로도 이어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치하다가는 김치산업 자체가 공멸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차제에 국내 김치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치산업계는 나 하나 살고 보자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 전체가 공존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나서야할 것이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도 김치산업계 전체가 살
아남을때 가능한 것이며, 그 길이 바로 우리나라 김치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치산업계는 아울러 저가인 수입김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생산, 공급해 소비자
의 입맛을 잡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바로 연구·기술개
발 투자 확대와 대소비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는 것이다.
배추와 양념채소를 생산하는 농민들도 안정적으로 김치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김치가공업체들이 국산 농산물을 애용하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