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홈플러스의 중국산 김치 소비자 판매사태 이후 국내 김치산업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김치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차제에 김치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 시행돼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김치가 세계인의 식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을 놓아야 할 것이다.
국내 김치산업의 위기는 사실 삼성홈플러스의 중국산 김치 소비자 시판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2~3년전부터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김치산업의 위기는 시작됐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김치가 소비자에게 직접 팔리지 않고 음식점 등을 통해 간접적인 경로로 소비되다보니 피부로만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물밑에서 형성돼온 김치산업의 위기감이 삼성홈플러스의 중국산 김치 소비자 시판으로 표면화한 것이다. 이에 화들짝 놀란 농협과 농민단체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며 반발했고, 삼성홈플러스는 이번 주초 중국산 수입김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산 김치로부터 국내 김치산업의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에 의한 소비자 시판만 이뤄지지 않고 있을뿐 중국산 김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합법적으로 수입되고, 음식점 등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소비자 시판이라는 거죽만 걷어졌을뿐 중국산 김치가 국내 김치산업을 위협하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느 유통업체가 중국산 김치를 직접 수입해 소비자 시판에 나설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김치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지는 삼성 홈플러스의 중국산 김치 소비자 시판 이전인 지난달에 이미 중국산 김치 수입폭증을 예의 주시하고 `김치 종주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할 것인가''라고 경고하고 `국내 김치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농림부가 지난 10일 박홍수 장관 주재로 식품관련 분야의 전문종사자와 함께 김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관심사항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김치산업 육성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농림부가 이날 회의에서 밝힌 음식점에서의 자율적인 김치원산지표시제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제는 농림부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관계부처간 협의도 거쳐야 하고, 관련 법의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의 김치 원산지 표시제가 법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국내 김치산업은 값싼 중국산 김치로부터 보호하고 세계적인 산업으로 육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 미루고는 백약이 무효라고 본다. 농림부는 중국산 값싼 김치로부터 국내 김치산업을 보호하고, 김치를 세계인의 식품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첫단추로 음식점에서 김치 원산지 표시제를 조속한 시일내에 시행토록 백방의 노력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