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이행계획서에 대한 국회비준이 미뤄지면서 농림부가 쌀 산업 추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쌀 협상국들과 체결한 협상결과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 정기국회를 넘겨서는 안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농심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따라서 직접지불금 상향조정, 생산제한 제도하의 직접지불 활용방안, 농가부채대책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하면 쌀산업과 농업의 근본적인 회생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농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마련하라는 농민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쌀을 곳간에 잔뜩 재워놓고 있는 상태에서 농림부의 이같은 노력이 쌀 산업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이다. 농림부가 쌀 농가를 살리고, 우리농업의 회생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1000만석이 달하는 재고쌀을 끌어 안고서는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오는 10월 양곡회계년도말 쌀 재고량은 1000만석에 달하고 있는데다 올해의 경우 평년작만 되더라도 200만석이 또 재고로 남아 내년 양곡회계년도말이면 재고쌀이 1200만석가량 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관비, 이자, 감모비 등을 합쳐 100만석당 400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단순수치로만 계산할 경우 매년 4800억원을 쌀 보관비로 쓰는 셈이다.

여기다가 보관기간이 지날수록 쌀 가치가 떨어지는데 따른 감모비와는 별도로 전혀 가치가 없는 2001년산 쌀까지도 보관비를 물어야 하는 처지여서 그야말로 `생돈''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고쌀을 처리하지 않고서는 가을 수확기시 풍년의 기쁨보다는 남는 쌀을 처리해야 하는 고민을 해야 하고, 결국 쌀 산업이 겪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는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다시말해 농민이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하락을 걱정하지 않고, 쌀 농업보호를 위한 대국민설득에 필요한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 쌀 산업의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양정제도 실패에 따른 여론이 나쁘게 형성될 수도 있고, 쌀이 남아도는데 쌀 농가를 보호해야 하는 모순을 설명해야 하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어차피 털고 가야할 것이라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게 농업계의 시각이다.

쌀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경우 폐기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고, 사료화할 경우 국민의 눈치를 살펴야 할 수도 있다. 또 세계무역기구에서 규제하는 대북지원문제도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고쌀을 계속 쌓아 가면서 세운 쌀 산업대책은 언젠가 터지게 돼 있는 시한폭탄을 매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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