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현대화온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절감사업이 내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119조 투융자사업에까지 반영된 에너지절감사업이 농림부 심의과정에서 빠진채 예산당국으로 넘겨졌다는 것이다.

단지당 사업비가 화훼생산유통지원사업의 경우 38억, 채소생산유통지원사업의 경우 32억원 등 총 9100억 가량을 투입해 온실을 지어줬는데 수리까지 해줘야 하느냐는 것과 타사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게 이같은 결정의 배경이다.

여기다가 과거 시설현대화온실이 과잉투자란 `오명''으로 낙인찍혀 농정 최대 실패사업으로 치부됐던 것도 이같은 결정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이유로 비춰볼 때 농림부 예산담당자의 결정이 무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농업경쟁력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농업선진국인 화란의 첨단온실을 도입했으면 최소한 `돈값''은 해야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수리비까지 달라고 하니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내니 보따리 달라는 식''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어놓은 시설현대화온실을 당초 목적에 맞게 살려놓고 보는게 순서라는 판단이다. 시설현대화온실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수출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다 이같은 수출이 농산물의 내수가격을 지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시설현대화온실을 통한 농산물수출실적은 채소류의 경우 6991만2000달러, 화훼류의 경우 2425만3000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22.3%, 50.2%씩 늘어나는 등 매년 수출실적이 늘어나고 있어 우리농업을 수출농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다가 매년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파프리카 공급량을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하던 온실에서 대체해 주고 있어 일부 품목의 내수가격지지에도 시설현대화온실의 역할이 큰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설현대화온실의 노후화로 이같은 순기능이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한계에 다달았다는게 관련농업인들의 지적이다. 수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이상의 품질 유지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후화된 시설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시설현대화온실이 도입된 이후 2~3년간은 첨단온실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이후 어느정도 적응력이 생겨 돈좀 벌어보나 했더니 IMF가 닥쳐 오히려 빚만졌다는게 시설농업인들의 하소연이고 보면 정부의 추가지원이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정도는 아닌듯 싶다.

국내농업의 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데다 수출효자산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시설현대화온실이 일부 그릇된 인식으로 진짜 망해가는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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