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집회에 참석한 후 숨진 한 농민의 혼백이 이승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숨진 전용철 농민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가셔지지 않자 망인의 가족과 농민단체가 5일이 지난 지난달 29일 현재까지 장례를 치루지 않고 있기 때문.

망인의 가족과 농민단체는 “망인이 지난 15일 농민집회에 참석한후 뇌출혈 등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경찰의 폭력 때문”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반해 경찰측은 “증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망인의 직접적 사인은 넘어지면서 머리뒤쪽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고, 경찰이 밀어서 넘어진 증거가 없다”며 경찰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농민단체는 그러나 전용철 농민이 집회후 “전경한테 맞아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점, 귀가후 갑자기 몸 상태에 안좋아졌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정황을 들어 경찰의 강경 진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전용철 농민의 부검에 참여했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같은 농민단체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측은 “국과수의 부검결과 발표에서 분명한 것은 망인의 사망원인이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이라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사망원인은 분명하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이 왜 생겼느냐는 것은 의학적판단이 아닌 자의적인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지난달 15일 농민집회 당시 전용철 농민의 기록이 담긴 사진, 비디오 등이 발견되고,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 전용철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쉽게 가셔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 고 전용철 농민 사망과 관련해 ‘농민단체와의 합동조사 방침’을 밝혔으나 농민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농민단체는 그대신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용철 농민의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혀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모쪼록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밀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이번 전용철 농민의 사인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아울러 경찰당국은 그 결과에 맞는 조치를 서둘러 취해야 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이 땅의 농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절규하다가 죽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할 것이다.

‘쌀 개방 반대를 외치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전용철 농민이 진정 바라는 것도 사인규명을 둘러싼 논란보다는 농민답게 사는 세상을 더욱 원할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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