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간으로 지난 3일 새벽 5시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의 롭 포트만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워싱턴 미 의회 의사당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미국 국내법에 따라 협상 개시 선언 3개월 뒤인 5월초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해 내년 3월까지 매듭지은 뒤 6월말까지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 FTA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협상이 체결되면 국민 소득 13조9000억원, 대미교역량 193억달러가 증가되며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미수출이 44억달러 증가할 뿐 아니라 일본산 부품·소재를 대체해 대일 의존적 생산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다.
참 좋은 협상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가 활기를 찾는다면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협상이다.
그런데 왜 농민들이나, 영화인들이나, 그와 연관된 산업의 종사자들이 죽기 살기(?)로 반대하는가. 한·미 FTA는 전형적인 비교경제논리에 의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몇 개의 산업을 희생시켜 몇 개의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농업·서비스 등 일부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들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대미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게 되면 우리 농가에 다소간(?) 피해가 불가피한 데, 이는 미국산 농축산물로 중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물량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간다.
여기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가 2004년 11·12월 각각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기업 87%·75%가 이 협정을 지지하며, 한국갤럽의 2004년 12월 여론조사에서 국민 80.4%가 호의적이라고 슬그머니 포장한다.
지난 3일 한·미 FTA 협상 공청회에서 대한양돈협회가 밝힌 바와 같이 협상이 타결되면 삼겹살 기준 국내 출고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미국 돼지고기와는 경쟁 자체가 어렵고, 양돈농가 뿐만 아니라 가공·사료·동물약품·기자재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7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경종농가·한우·양계·화훼산업을 포함하면 몇 배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은 모두 이들에게 돌아가는지 묻고 싶다.
식량산업 운운으로 비교경제에 맞서고 싶지도 않다. 가려있는 부분을 수치화한다면 10만개 일자리 창출은 얼마나 허망한가. 부품 소재의 일본 의존은 잘못된 것이고 대미 의존은 괜찮다고 강조하는 논리는 얼마나 친미적인가. 작위적인 여론조사를 믿는 시대도 아니다.
교류하지 않고 자국의 것만 보호하고 육성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누구나 국가간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양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간의 양보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희생양이 사대주의나 비교지상주의의 조류에 밀려 매번 농업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농축산인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런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크다. 그들이 예상하는 ‘다소간의 피해’는 농축산인들에게는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