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농협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공영도매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도매시장 유통업자들도 유통환경변화에 대한 위기현상을 깨닫고 경영체질 강화에 나서 줄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통시스템과 비슷한 일본의 경우 2004년 도매시장 거래실적이 1조 3000억엔으로 1991년보다 34.9%나 떨어졌고 중앙도매시장의 40% 정도가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매법인 역시 인건비와 영업경비 등 고정비용의 상승으로 마이너스 성장 즉, 적자경영과 도산사태가 빚어지면서 1990년 2539개사였던 중도매법인 수가 2002년에는 2104개로 줄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처럼 일본 도매시장이 위기에 빠진 이유가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 직거래 증가 등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데 있다.
그런 이유에선지 최근 우리나라 도매시장내 유통주체들도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러나 일본의 도매시장 유통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우리나라 유통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 다르리라 생각된다.
일본은 80여년의 도매시장 역사 속에서 생산자나 유통인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개선시켜 왔으나 우리나라는 이제 2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과연 20여년의 도매시장 역사에서 ‘내일이면 ‘망(亡)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는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도매시장의 빠른 성장에서 보듯이 정부나 개설자의 통제를 받는 제도권 시장으로서 별다른 위기 없이 이제까지 지내 오지 않았나 자문해 본다.
최근 유통환경의 변화를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일본처럼 우리나라 도매시장에도 심각할 위기가 도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유통주체 각자 위기감을 느끼고 절실한 마음에서 서로간의 입장이나 이익을 떠나 한 마음으로 대응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