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업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업분야의 경우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까지 비교되는 터라 농민들에게는 한미 FTA 협상이 메머드급 폭탄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서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분야의 피해규모가 1조1552억원에서 2조2830억으로 추정됐다.

품목군별로 살펴보면 축산물의 피해규모가 3380억원에서 9031억원으로 가장 많고, 채소·과일이 1200억원에서 2554억원, 기타작물이 1792억원에서 1963억원으로 나타나 한미 FTA로 인한 피해는 농업계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쌀을 포함할 경우 피해규모가 8조8000억원까지 될 것이라는 미 무역대표부의 전망은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이같은 전망치를 우리나라 농업생산액과 단순비교할 경우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최소 6%에서 최고 24%까지 농업생산액이 감소된다는 것은 우리농업에 있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농정당국은 쌀을 비롯해 사과, 배 등 주요 과실에 대해서는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한다. 품목별 경쟁력 및 민감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관세인하계획을 제시하고 폭넓은 예외를 확보할 것이라는 협상방향도 밝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걱정은 쉬이 가셔지지 않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일 불과 하루만에 공청회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한미 FTA 협상 추진을 결정하고, 다음날 협상출범 선언하는 등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식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이다.

또 한미 FTA가 왜 시작됐는지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규모 산출도 정확하지 않다. 특히 그동안의 농업통상협상을 비춰볼때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란 점도 농민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은 이같은 농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말끔히 해소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릇 공청회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게 목적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지난 2일 한미 FTA 협상개시 선언 전에 실시된 공청회는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재시도를 해서라도 한미 FTA로 인한 이해득실을 분명히 알리고, 이해당사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농민과 같이 피해보는 계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전체 경제사정이 좋아진다는 통상당국의 강변은 국내판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또 연상시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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