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둘 이상의 무한대이다. 또는 제로일수도 있다. 백에서 하나를 제외하면 아흔아홉이 아니라 제로가 된다. 모든 조직과 시스템은 사람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능력의 더하기는 규정된 수치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공들여 쌓은 탑도 벽돌 한 장이 부족해서 무너지며, 1%의 실수로 인해 100%의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학자인 왕중추는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에서 세밀함에 대한 부등식을 사용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은 세밀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밀함을 이미 조직 관리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민간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다.
최근 정부가 국정 현안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모든 식품 안전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7월쯤 ‘식품안전처’를 신설키로 하고,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식품의 생산에서부터 유통과 소비 등 전 과정에서의 안전을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배경이다. 기존의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농림부 등에 분산된 식품 안전관련 기능으로는 먹을거리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안전처가 신설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폐지되고 복지부로 흡수된다. 또 식품 안전관련 실험기능을 가진 식품안전연구소를 설립하고,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도 두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저것 떼었다가 붙였다가 참 복잡하다. 안전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붙어있지만 정부의 안대로라면 현재 2원화된 조직이 3원화되는 것에 다름이 없다. 식품 안전은 단순하게 조직을 개편한다고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생산에서부터 도축·가공·유통 등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안전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어느 한 단계에서 ‘비 위생’이 스며들 경우 전체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때 피해를 보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양축가와 소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물질적 보상을 해주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책임 회피에 급급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설령 보상을 해 준다고 해 본들 피해 당사자는 이미 막대한 손실로 회복불능의 상태이다.
피해볼 대상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생산이력추적시스템이니 도축장을 포함한 사료공장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제도의 도입이니, 심지어는 농장에까지 HACCP제도를 도입하면서 축산물 안전성을 확보해 온 농림부와 축산인들의 정열은 가치가 없는 것이었을까.
정책은 새로울수록 성공하기 어렵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동안 또 빈번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이 급변하면 그에 맞는 재빠른 수정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빗발치는 민원을 게을리 하면서 꿈쩍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틀마저 바꿔버리는 몰이해적인 정책에 한두 번 당한 국민들이 아니다. ‘정부는 판 깨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회자된 지도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제발 새로운 사고(?)에 빠지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 듣기에 게을리 하지 말고 식품 안전시스템을 수정 보완해서 활용해야 한다. 현장이 무시된 정책은 오만함의 표현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