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재정경제부發 농협중앙회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재경부가 농협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자 농업계가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의 농협 신·경 분리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농협 신·경 분리의 본질은 농민조합원 및 회원조합의 실익을 증대시키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농민중심이 아닌 재경부와 금융업계 등에 의해 농협개혁이 이뤄질 경우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농협의 신경분리를 바라보는 농업계와 비농업계의 시각차이는 이 같은 우려를 결코 소홀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농협 신·경 분리에 대한 농업계의 주장은 신용사업 중심에서 경제·지도사업 중심으로 재편해 농가소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사업부문별로 분리되더라도 신용사업의 이익금을 경제·지도사업 쪽으로 투자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비 농업계는 또 하나의 금융회사가 생기는 것에 불과하지 그 이상의 의미부여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경부가 농협의 역할을 그대로 두면서 자동차보험분야로의 진출이나, 해외 은행점포 개설 등을 약속해 준다는 게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라는 판단이다.
또 비농업계의 속셈이 진정 이와 같다면 신·경분리가 농협중앙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종합센터로의 역할을 요구받는 지역농협으로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시장개방 확대로 인해 우리의 농업·농촌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시점에서의 지역농협은 기존 전통적인 역할에서 지역의 경제·금융·유통·문화·복지 등을 담당하는 지역종합센터로 전환돼야 한다는 게 시대의 요구이다.
그러나 신·경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신용사업의 자금지원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지역농협이 이 같은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느냐는 솔직히 의문으로 남는다.
따라서 농협 신·경 분리 문제는 이제 지역농협의 새로운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어려워져만 가는 농업·농촌에서 지역농협이 지역종합센터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토록 하는 측면에서 농협 신·경 분리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접근이나 새로운 금융기관 탄생 등이 아닌 농업·농촌의 유지·발전을 위한 연장선상에서 농협중앙회의 조직구조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길경민·농식품유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