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업계에는 서로 다른 부류의 농성이 진행중이거나 계획돼 있다. 그 중 하나는 농촌진흥청 직원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농민들이다.

농민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협상을 앞둔 오는 3일부터 서울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매일 100여명이 참여하는 순환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 협상시까지 한달여의 일정으로 펼쳐지는 이번 농성에서 농민들은 한·미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널리 알리고, 협상중단을 촉구할 방침이다.

여기다가 한·미 FTA 협상이 열리는 미국 워싱턴까지 날아가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한·미 FTA 협상의 부당함을 호소키로 하는 등 한국농업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변변한 공청회 한번 없이 그것도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양보(?)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터라 농민들은 심한 소외감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 최대 수출국과의 완전개방은 우리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한데 따른 것이다.

농민들이 짧지 않은 기간동안 농성을 벌이고, 이국만리를 마다않는 이유이다.

농업계의 또 다른 농성장인 농촌진흥청의 경우 이와 사정은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농촌진흥청지부가 내세우는 농성의 명분을 살펴보면 반개혁적 승진강행, 비민주적 기관운영, 노조탄압 등이다. 여기다가 여성조합원 성폭력 의혹까지 보태지면서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번질 태세다.

이상과 같이 농민들과 농진청 직원들은 각각 생존권차원 및 처우개선 등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분명한 이유와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농업계를 바라보는 외부시각이 어떠하겠냐는 것이다. 한쪽은 살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으로만 비춰질 경우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대표들이 농진청 농성장을 찾아 농업회생을 위해서는 농업계의 중지를 모을 때라며 자제를 요청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농진청은 그동안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주도하며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으며,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등 한국농업기술의 ‘메카’로 자부해 왔다. 이는 현재 농업계가 처한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사안의 경중을 따져 농업계 전체를 고려할줄 아는 아량을 베풀때가 아닌가 싶다. 먼리 이역만리에서 수입개방 저지를 외치고, 한달여가 넘는 기간을 야외에서 지내며 우리농업을 지켜달라는 농민들의 절규를 최소한 농업계에서 만큼은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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