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양국간 양허안 교환을 시작으로 본 게임에 들어가면서 이제부터 사실상 피를 말리는 협상전이 시작된 셈이다.

FTA는 원래 다자협상과 달리 협상 대상자인 양국이 서로의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협상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각국은 협상을 통해 어떤 게 득이 되고 어떤 게 실이 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서로의 관심사를 ‘주고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협상 과정을 지켜볼 때 미국 측이 이번 협상에서 원하는 실리는 무엇보다 ‘농산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농업’이 일종의 정치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FTA로 자국 농민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줘 잠재된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농업분야의 ‘득’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협상 전략을 짜는 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협상전략에서 한 수 위인 미국이 정신없이 요구사항을 쏟아놓을 경우 우리가 득실을 따질 겨를도 없이 협상장에서 밀려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찐쌀 파동을 비롯해 중국산 냉동고추, 초산조제마늘, 중국산 김치 등의 경우 우리 관세 구조의 허점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에 따라 시장 개방을 감안한 각 품목별 동등성 분석은 물론 점차 시장이 확장돼 가고 있는 가공 식품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시장 조사와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협상 전략이 절실하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원료 농산물을 가공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 가공식품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의 영향분석 결과와 우리 측의 영향분석 결과가 품목별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로의 관심 사항이 다를 수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시장을 우리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에 그대로 내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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