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한 선배가 제작과정에서 실수한 적이 있었다. 사주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관계로 그 건으로 사직을 권고받았고 결정을 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와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주위에서는 다른 제재방안을 주청했지만 사주나 선배의 입장은 단호했다.
술좌석에서 한 동료가 부당성을 이유로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제기했고, 각자는 각자의 생각대로 동조하거나 조심스럽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 때 그 선배는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너 이 회사에 네 모든 것을 걸 수 있어?”
그 한마디가 던진 충격과 각자의 반응은 15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마음속으로부터 내 회사·내 것이라는 인식이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와 함께 고락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의 노조론은 간단했지만 사는 동안 조직생활의 지침이 됐다. 내 회사 내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불만도 많고 그 불만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깊어진다는 사실을…. 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은 경영자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그 책임은 경영자만 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경영자의 경영·인사·징계 권리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지도 모른다.
최근 일선축협들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파업이 20일째를 기록하는 조합이 있고, 조합원들의 조합 해산 등 강경한 입장에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의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경영·인사·징계의 권리에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의 경우와 협동조합의 경우는 근본부터 다르다. 조합장이나 직원들은 조합원들이 맡긴 재원을 관리하고 활용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관리인일 뿐이다. 그것을 소홀히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어떤 경우가 있던 주인은 조합원들이다. 누구의 주장이 정당한 지 아닌 지의 판단은 조합원들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익이 적당하게 배당되고 난 후 직원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적당한 보너스를 맞아야 마땅하다.
지난 3월 23일부터 15차 교섭에 이르도록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몇몇 조합들은 영업을 못하고 문을 닫은 상태이다. 노조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장에게 책임을 돌리고 조합장 고유의 권리를 요구하는 무리한 주장에 협상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에 조합의 상황은 악화되고 그 불이익은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일부에서는 전국축협노동조합이 전체 일선축협의 노조 대표로 나서고 있는 것에 대응해 조합장들도 모여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노사는 상생을 기본으로 해야 지 갈등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서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긴급 전국축협운영협의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갈등으로 이날 참석한 40여명의 조합장들은 처음부터 큰 소리가 오고 갔지만 결론은 조속히 봉합하자는 의지였다. 협동조합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정말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방법은 한가지 일 뿐이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