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쌀 저가 판매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1년 동안 고생한 끝에 이제야 목돈 좀 만져보나 했던 농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일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외국과의 쌀 협상으로 인해 전국 쌀 가격이 평균 13.8%나 급락했는데 올해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쌀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전국의 농민단체들이 초특가 쌀 할인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할인마트 앞에서 ‘쌀 저가 판매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것이나, 항의 집회를 잇달아 열만도 하다.

대형 할인마트들이 농산물을 ‘미끼 상품’ 쯤으로 여긴지 오래고, 여기다가 햅쌀 나올 시기에 쌀을 싸게 파는 것은 주부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대형 할인마트들의 전략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할인판매 기간을 1주일로 정해 놓고 하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자평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대형 할인마트들의 이 같은 상행위는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할 국내 쌀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쌀 저가판매를 실시한 대형 할인마트가 20kg 기준 포대당 4만3500원하던 쌀을 3만5800원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쌀을 공급하는 일선 미곡종합처리장이 손해를 보거나 농민들의 수취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게 농민단체들의 주장이고 보면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대형할인마트의 비도덕적인 불공정 거래와 교묘한 상술은 민간도정업자의 매입기피와 ‘쌀값 후려치기’ 등 생산현장에 그 파장이 그대로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파장은 쌀 생산농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곡종합처리장들의 적자 누적과 경영 악화를 초래해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논리가 팽배하고, 시장경제 논리가 우선 하는 사회가 됐더라도 상도의를 저버리는 대형 할인마트들의 행위가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특히 추곡수매제 폐지와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해 실낱같은 가는 숨에 의지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는 처사가 대량 유통 권력 앞에 무기력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는 재고량이 지난해에 비해 부족해 수급여건상 쌀 가격이 올라야 되는데……”라며 한숨짓는 촌로(村老)의 모습이 가을걷이 한 들판만큼이나 황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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