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국내 1위 닭고기업체 계열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소비가 급속 냉각되고 있다. 또한 평상시 폐사되는 닭에 대한 신고가 쏟아지는 등 나라가 온통 난리다. AI에 대한 공포가 심화되고 그에 편승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국내에서 발생한 AI와 화합작용을 일으키면서 축산물 전체의 소비가 한꺼번에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 전국의 음식점 상황을 취재 후 다시 연락한 곳 중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았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도대체 이 같은 상상 이상의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는 정보 부족에서 온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소위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고 인식되는 부류의 과잉된 정보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2003년 국내 처음 AI가 발생했을 때 언론·방송의 태도와 현재 그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발생 상황과 곁들여 대책과 고온에서 끓여 먹으면 괜찮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마치 특종을 터트리듯 다투어 내놓은 정보들은 일반인들에게는 걱정을 넘어 공포를 심어준다. 언론매체는 기사의 심각성을 포장하기 위해 닭의 살처분 현장을 여과없이 내보낸다. 이는 시청자나 독자들의 뇌리를 파고 들어가 무형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때마침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스’는 최신판에서 이 같은 일반인들의 과잉공포에 대해 다루었다. 일반인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사실상 일반 독감보다는 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AI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반면 일반 독감 사망자 수는 매년 3만 600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질병에 더 큰 공포를 느껴야 할까.

전문화되지 못한 정보의 전달과 이에 호들갑을 떠는 일부류에 의해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면 일반인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상시 노출돼 있는 위험은 무시되고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위험이 과장되면서 그 여파는 항상 선의의 생산자들과 관련 산업의 피해로 나타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특히 해당 부서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전문적이지 못한 전달자들에게 전문성을 갖추게 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익산 지역에서는 지금 살처분 인력이 모자라 도움을 요청한 군(軍)이나 전북도 시·군의 공무원들이 감염을 우려해 현장투입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이 이 정도면 일반인들의 과잉공포는 과잉으로 끝나지 않는다.

또 과천 청사 식당 메뉴에서 잠시나마 닭고기와 계란 메뉴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한명숙 국무총리가 닭을 구입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닭고기 시식회를 갖는다고 해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상황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식품행정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 3월까지 AI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참 궁금하다.

식품안전과 관련해 갖는 막연한 공포로 몸서리치는 일반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 일만 터지면 침소봉대하는 정보의 전달자나 남의 일보듯 하는 정부 부처간의 불협화음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의 안일성에 그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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