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지난해 하반기 21세기 사회경제연구소를 통해 농어촌·도시 2000가구를 대상으로 ‘삶의 질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양쪽 모두 삶의 질 만족도는 각각 44%, 46.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복지에 대해서는 불만족도가 컸다는 것이다.
지금 농어민들에게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협상 등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가 가장 큰 이슈이다. 지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한탄이다. 농어촌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면 현 삶의 질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도시민들까지 경기가 침체돼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한다.
명절 때만 되면 고향을 찾아 주민들이 모이는 곳을 자주 찾곤 했던 국회의원들이 방문을 주저하는 것은 현 상황의 책임을 지라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낭패를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도로가 이곳저곳 뚫리면서 현재의 농어촌이 더 이상 폐쇄공간이 아니라 대도시와 빈번한 교류로 도시화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농어촌이 부수적 소득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가질 수 있다. 이 또한 쾌적함이라는 농어촌의 장점을 잃는 대가이다.
얼마 전 농림부 의뢰를 받아 축산물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조사자라면서 설문에 임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질문자가 자신이 질문하는 내용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해서 몇 마디 충고를 한 적이 있는 데 그는 충고하는 와중에서도 항목 만을 떠들고 있었다. 소리를 냅다 질렀다.
설문하는 동안 이미 결과물이 나왔다. 축산물 브랜드사업에 대한 조사결과 많은 대상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거나,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조작됐다고 탓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의 임의성은 있지만 그것이 악의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단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칫 작위적인 조사는 정책을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 삶의 질에는 만족하는 데 복지는 불만이라면 삶의 질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 지 궁금하다.
신활력사업이 행정자치부에서 농림부로 이관됐다. 낙후지역이나 농촌 개발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이 명실상부 주체가 돼 혁신역량을 키우고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양성, 교육 및 소득창출사업 등을 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의 자립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역 클러스터사업과 같이 농업과 축산업이 연계하고 지역 경제의 주체자들이 상호 발전을 위해 역량을 모으는 자생적인 사업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지역경제의 축으로 부상된 축산업이 앞서 신활력 대표사업으로 채택된 것도 자생적 기반이 이미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농림부의 지원 형태나 선택은 옳다. 전통적인 농업 형태를 지양하고 농촌 주민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지원함으로써 지역 활성화와 농가 소득증대를 도모한다는 점 또한 옳다.
그러나 신활력사업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아 내년이 기약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조바심 때문에 또 설문조사를 빌미로 작위적인 결과를 도출해선 안 된다. 문제점을 도외시하면 지속적인 사업이 한시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