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직원들이 ‘만능화’ 되고 있다. 특히 연구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지도분야를 뛰어넘어 홍보맨, 마케팅 요원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최고 농업연구기관인 만큼 현장을 그만큼 많이 알아야 하고, 농업인의 애로사항을 즉각 해결해 줘야 한다는 청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여기다가 일반 기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객관리프로그램과 같은 업무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해 업무과중까지 겹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의되다가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 업무관리프로그램은 각 직원이 ‘누구와 어떤 내용을 상담했는지’를 비롯해 그 사람의 연락처, 전자우편 주소 등을 상세히 기록하는 것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상담 건수 실적을 직원들의 업무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니 연구직, 지도직 가릴 것 없이 전화통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직원들의 불만이다.

또 간혹, 실적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연구결과가 100%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서둘러 발표되는 사례도 있어 연구직 공무원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농진청이 농업분야의 전문 연구기관인 만큼 이 쪽으로의 연구를 많이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 연구결과를 책상 서랍에 넣어 두기 보다는 현장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농업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의 홍보도 필요하다.

문제는 현장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기초연구를 소홀히 할 수 있음이다. 농진청의 최대 고객이 농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타 연구기관 및 학계 역시 소중한 고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구온난화와 관련, 농진청이 토양·지역·기후 등 각종 요인에 따라 이산화탄소가스 배출량 등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학계의 지적이이 그것이다.

연구직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이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농업이 농산물 수입개방시대를 맞아 당당히 헤쳐 나갈 버팀목은 결국 농진청의 연구결과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공세적인 농업을 펼 수 있는 수출작목 개발 등도 역시 농진청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홍보나 현장지도 등은 적재적소의 인사정책이나 적절한 역할 분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지, 업무영역을 벗어나면서까지 하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농업이 어려워질수록 농업분야의 연구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한 직원의 말이 안타깝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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