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의 ‘탑푸르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탑푸르트’가 최고의 과일이라는 농진청의 말과는 달리 품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최고품질의 과일생산을 위해 과일별로 무게, 당도, 착색도 등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농약잔류 허용기준 이하의 과실만 선별하는 등 안전성까지 가미한 ‘탑푸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탑푸르트 프로젝트의 과종별 최고 품질기준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무게 320g, 당도 14브릭스 이상, 착색도 70%이상 등의 기준을 맞춰야 하며, 배의 경우 700g, 12.5브릭스, 80%이상의 착색도 등을 맞추도록 해 놓고 있다. 또 포도, 감귤, 단감 등도 12~18브릭스의 당도와 일정 수준 이상의 무게 및 착색도를 유지해야 ‘탑푸르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기준대로만 보자면 농진청에서 수행하는 ‘탑푸르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과실은 크기, 당도, 착색도, 안전성 등이 항상 균일하거나 그 이상이어서 국내 최고의 품질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탑푸르트로 출하되는 과실의 품질이 이 같은 농진청의 설명과는 달리 ‘들쭉날쭉’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기준이라는 것은 한번 정하면 같은 과일의 품질은 항상 균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과일전문 바이어들의 설명이고, ‘탑푸르트’ 역시 기준만 있지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진청이 최고 품질의 과일을 생산할 계획은 그럴 듯 하게 세워놨으나 이를 뒷받침해 줄 농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농진청은 사과와 배의 경우 각각 8개 단지, 포도 9개 단지, 감귤 5개 단지 등 총 30개 단지를 탑푸르트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시범단지로 지정해 놨으나 최고 품질기준을 측정할 시설을 갖춘 곳이 5~6개 단지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농진청이 ‘탑푸르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탑푸르트’라는 것을 인정하는 마크를 과실에 붙이도록 해 놓아 브랜드 아닌 브랜드로 오해할 여지를 둔 것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국내 최고의 농업연구기관으로서 과실농가들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산 농산물의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최대한 활용한 점도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의욕만 앞선 실행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데다 ‘정부마저’라는 인식이 퍼질 경우 국내 전체 농산물의 신뢰까지 저하시킬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국내 농업기술향상을 위한 연구의 메카답게 농진청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지키는 게 본연의 역할이지, 어줍지 않게 유통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는 것은 유통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길경민 농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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