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FTA(자유무역협정) 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통상 당국은 한·미 FTA 반대 함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EU, 한·캐나다 등과의 FTA를 서두르고 있으며 농업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FTA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농업계도 차츰 가시화되고 있는 FTA파고 앞에 요즘 어딜 가나 ‘FTA’가 화두다. 한·미 FTA협상이 발효되면 과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소·돼지·닭을 키우는 각 농장주들은 지금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각 업체들도 연일 대책회의를 하며 줄어드는 시장 상황에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1차 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하기도 하고, 구조조정과 산업재편과정 속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정부 대책안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부처협의 등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 대책안은 수입증가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득감소분에 대해서는 직불금을 지원해 주고 피해 품목별로 경쟁력 강화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복지대책을 일부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안은 지금까지 농림부가 추진해온 사업을 확대 보강하고 피해보상금을 지원해주며 내구연한이 다해 가는 농축산 시설에 대한 개보수 자금을 지원, 성난 농심을 달래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일면 필요한 조치이다. 각종 질병으로 생산성이 바닥으로 추락한 농장의 시설을 최첨단 시설로 바꿔주는 일은 당장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좋은 대책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산업의 체질과 시스템을 바꿔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 최첨단 시설이 아니더라도 높은 생산성을 올리는 농장들도 적지 않다. 어느 경영체건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경영성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최첨단 시설을 갖춰도 그 시설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없으면 ‘허당’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 투융자 사업을 거치면서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뼈저린 교훈을 얻는 과정을 거쳤다. 또 다시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고 선진 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인력에 대한 재투자와 교육이 시급하다.
의식변화 없이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다. 의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끊임없는 교육만이 해결의 실타래를 푸는 열쇠이다. 그러나 농림부 교육예산은 흩어져 있는 각 과 예산을 다 포함해도 200억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부 예산을 대략 10조라고 보면 0.2%에 그치는 수치다.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경우 농업교육과 환경교육 분야 예산이 무려 전체 예산의 28.4%, 우리 돈으로 81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농촌경제연구원, 친환경농업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과 추진방안). 네덜란드를 지금의 농업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저력이 바로 교육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인재와 조직을 육성하는 길은 산업의 근간을 만드는 기초 공사다. 그러나 농업계 현실은 예산도 예산이거니와 어이없게도 교육사업의 주체조차 마땅치가 않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당장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필요한 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첫 단추를 다시 끼자.

<최상희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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