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무역이 민주신당 김우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양축가 뿐만 아니라 축산인들 사이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농협무역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그쪽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자 2004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 쇠고기를 수입해 14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이 농협무역 총매출액의 43%를 차지한다니 농협무역이 그동안 쇠고기 수입으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올 7월말 미국 타이슨 사로부터 쇠고기 369톤을 수입했고, 추가로 2차 수입분 300톤을 수입한다는 것이다.

지금 축산인과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대해 ‘안전성이 보장 안 된 미국산 쇠고기가 유입돼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선축협 조합장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농림부와 국회의원들을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 계열사 중 하나인 농협무역의 이 같은 행태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농·축산인을 배신하는 비열한 짓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전국 2000여개의 지역과 업종·품목 농협은 물론 축협이 출자해 만든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농협무역의 축산물 수입은 당초 구 축협중앙회에서 시작됐다. 그 의도는 축산물 수입에 일반 상인들의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수입축산물 유통의 질서를 확보함과 동시에 축산물 수입으로 인해 생긴 수익을 국내 축산업 발전으로 환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농·축협 통합이후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축산유통을 해체시키면서 당시 출자금을 대부분 소진한 농협무역으로 이관됐다. 농협무역이 만성 적자사업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축산물 수입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농민들의 생존을 위한 외침이 범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농협무역은 묵묵히 축산물을 수입해 왔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 농협무역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국회 비준을 거쳐 완전 타결돼 발동하게 되면 많은 농민과 축산인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 농업정책도 농민에서 산업 쪽으로 전환하고 있어 영세농가를 중심으로 생업포기 사례는 급속히 전개될 전망이다.

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일선조합들은 이들 영세농가들의 분산된 힘을 어떻게든 하나로 엮어 집중화할 수 있느냐로 고민 중이고, 이미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 때마다 일선조합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농협중앙회의 지원이고 긴밀한 연계이다.

농협중앙회도 입만 열면 본격적인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대응책으로 회원조합과의 연계를 통해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외국산 농축산물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회원조합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농협무역의 이 같은 행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고 해도 해야 할 짓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 농협이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한국농업의 미래 끌고 가야할 거대조직이기 때문이다.

<권민 농어촌경제팀장 겸 축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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