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수소와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처녀소이며, 오로지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된 소의 고기를 말합니다.”
“젖소 고기요?”
그 다음에 더 이상 질문이 없다. 소비자의 발걸음은 줄이어 늘어선 육우 매대를 훌쩍 건너가더란다. 육우를 전문으로 그것도 브랜드화해 생산·판매하고 있는 업체 사장의 경험담이다.
그 업체는 육우브랜드 사업을 수년째 하면서 지금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소비자들의 육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젖 짜고 늙어서 더 이상 젖을 낼 기운이 없는 소 아니냐?’는 그들의 말에는 그동안 육우의 한우 둔갑판매에 동참한 농가들이나 유통업체 그리고 식육업체들에 대한 깊은 불신이 묻어 있다. 이런 상황은 육우산업을 독자의 산업으로 정립시키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8일 낙농관련 일선조합 실무자들과 함께 육우 공동브랜드 사업을 위한 실무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 6319호 17만 마리의 육우를 방치할 경우 그동안 공들인 한우브랜드사업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육우를 중심으로 중저가 쇠고기 브랜드를 개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우산업을 지지하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라 서갑원 국회의원(대통합민주신당)·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14일 ‘한·미FTA 국내 축산업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군납되고 있는 외국산 쇠고기를 국내산 육우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육우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여론이 조금씩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 군 급식용 쇠고기 현황을 보면 총 6445톤중 한우가 1730톤으로 30%가 채 되지 않고, 나머지가 수입 쇠고기이다. 군인 1인 하루 쇠고기 급식량 35g중 수입 쇠고기가 25g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 중 5g만 국내산 육우로 대체하면 육우 예상물량은 884톤으로 군 급식용 국내산 한육우가 26%에서 40%로 확대돼 국내 축산농가의 군납 보급량과 판매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육우관련 인들의 생각일 뿐이다. 만일 군에서 “일반 소비자도 기피하는 젖소고기를 왜 우리가 먹느냐”고 반문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앞서 육우브랜드업체 사장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아 고기를 접하고 시식하면서 발길이 잦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육우의 군납과 독자적 산업이 가능하려면 어떤 것들이 전제돼야 하는 지 자명하다. 그릇된 인식을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전략이다.
조합이든 업체이든 브랜드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농가가 조직화되는 것이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시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추상적인 맛과 현실적인 맛의 차이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한우산업이 온전히 유지·발전하기 위해서 중저가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육우산업의 발전은 거의 필수적이다. 왜 소비자들이 육우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지 따져 볼 일이다. 그리고 외국산 쇠고기도 육우라는 사실을 주장해야 할 때이다.
<권 민 농어촌경제팀장 겸 축산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