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지금 아우성이다. 사료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일부에서 사재기가 성행되고, 사료공장들은 24시간을 풀가동하면서도 주문량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사료업체들의 제한판매로 충분한 사료를 살 수 없는 양축가들이 농협사료공장으로 몰리면서 공장 가동률도 위험수위에 육박해 있다.
사료곡물가격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옥수수다. 사료곡물 주요수출국들이 옥수수를 대체에너지 개발원으로 사용하고, 자국의 수요 급증으로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되는 상황으로 인해 요동치기 시작한 가격은 국내 도착기준 2006년 8월 톤당 146달러에서 1년 새 230달러로 뛰었고, 지난달 25일 현재 318달러로 폭등했다.
배합사료 가격의 91%가 원자재이고, 이중 수입품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국내 축산업은 유가 상승과 베이징올림픽으로 인한 해상운임료 인상폭풍까지 맞아 사실상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톤당 50달러에서 110달러로 폭등한 해상운임료를 지불하고도 배가 없어 옥수수를 적기에 선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려는 공급사들의 농간으로 필요량의 옥수수를 확보하지 못해 국내 사료원료 재고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적으로 일반사료업체들의 재고량은 20일 정도로 계산되고 있으나 현재는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축산물 가격이 그나마 높게 형성돼 양쪽의 폭풍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축산물 가격이 점차 하락하는 현 시점에서 축산업은 더 이상 비전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최한 2008 농업전망대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사료비를 제외한 모든 경영비가 일정하다고 볼 때 사료비가 5~10% 상승하고 큰소 값이 6~10% 하락할 경우 한육우 농가의 소득은 지난해 보다 84만~117만원 하락하며, 양돈의 경우도 대략 2만원 대에서 4만원 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가는 앉은 자리에서 소득 감소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생필품은 삶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에게 있어서도 먹는 것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위생도 브랜드도 먹을거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축산물의 고급화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사치일 뿐이다.
비육우의 경우 33%가, 양계·양돈은 50~55%를 배합사료에 의존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공급이 안정되지 못하면 모든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축산 전문가들이나 양축가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배합사료 안정기금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이 바이오 에너지 활용도를 향후 10년간 확대한다는 정책을 수립한데다 중국과 신흥국가들의 소득향상으로 곡물 수출이 크게 줄어들게 됨에 따라 사료곡물가격은 크게 인하될 리 없다.
지금 축산업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권민 농어촌경제팀장 겸 축산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