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호의 ‘1시군·1유통회사’ 설립에 대한 지자체의 호응이 높다는 소식이다. 시군 유통회사 설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만도 40여 곳이 넘고, 여기다 검토과제로 선정한 지자체까지 합치면 무려 140~150여 곳에 달하고 있다.

이 쯤 되면 전국 지자체의 대부분이 이 사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군 유통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농식품부 목에 힘이 들어갈 만 하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중앙부처의 한 정책에 대해 이 같은 호응을 보내준 예를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자체의 이 같은 호응이 시군 유통회사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출발자체만 놓고 보면 시군 유통회사를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바람직한 산지유통조직의 모습을 제시해 농산물 유통의 부가가치를 산지에 귀속한다는 데는 제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의 구조가 복잡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의욕만 앞세워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자체가 시군 유통회사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유통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가 보다는 지자체장의 실적 때문이라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농식품부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대상 지자체를 선정하긴 하겠으나 지자체의 호응 그 자체만 가지고 농식품부가 고무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유통회사를 설립할 경우 그 유통회사가 취급할 물량규모 대비 판매처가 녹록치 않은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참다래 등 일부품목에 따라, 감귤 등 지역특성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소면적 다품목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영농구조상 각각의 지자체 차원에서 취급할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여력도 없다는 판단이다.

농어업인, 영농·영어조합법인의 출자비율을 1/4 이상으로 하고, 철회는 했지만 출자금을 쌀 소득보전직불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시한 것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해당사자인 농협을 비롯해 학계에서도 시군 유통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조차 지역적 특성에 맞는 모델개발과 기존조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시군유통회사 설립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국민을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에 빗대어 “소비자가 하자있는 차에 대해 리콜 또는 환불 조치를 요구하자 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상품 불평만 한다”는 100분 토론을 통해 유명해진 양 선생님 어록처럼 “농식품부도 좋은 정책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강조했던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농식품부와 농업계의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고려해 볼 때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농식품부가 시군유통회사란 무리수를 강행하는데 대해서는 농협의 무능력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생산자조직인 농협이 농산물유통을 제대로 못했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협은 경제사업의 핵심인 농산물유통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하고, 농식품부는 ‘미우나, 고우나’, 조직이 있고 유통노하우가 있는 농협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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