針小棒大(침소봉대)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바늘을 몽둥이라고 말함. 의역하면 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떠벌림. 결국 과장이 심해져 거짓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농업명품도 충북’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스스로 충북을 축산청정지역이라고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다. 근거로는 올해 4월부터 시작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서 충북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업명품도 충북’이라는 슬로건. 타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충북도에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다. 충북도 농정국과 축산팀이 주축이 돼 지난 7월24일에는 농협충북물류에서 ‘청정축산지역 충북’선포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덧 ‘AI청정지역 선포식’이 ‘청정축산지역 충북’선포식으로 확대 포장됐다. 정우택 도지사, 농정본부장을 비롯해 이례적으로 도의회 의장과 충북여성단체협의회장을 초빙하고 이준동 양계협회장, 농협충북지역본부장, 축협조합장, 축산농가 등이 참석해 풍선을 날리며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소브루셀라 발병률 최고를 유지해왔던 충북은 격차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올해 상반기 가축전염병예찰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브루셀라발병률이 전국 9개 도 단위 지자체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브루셀라 발병률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충북에서 AI 한 번 비껴갔다고 해서 자랑스럽게 ‘청정축산지역 충북’을 공표한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행사에 참석한 한우농가 박 모 씨는 “축산농가는 폭등한 사료값과 원자재 및 기름값을 이겨내기 위해 한여름 땡볕아래서 온종일 풀을 베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AI한번 발병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가로이 요란한 행사나 하고 있으면 만약 가축전염병 하나라도 발병하면 ‘축산오염지역 선포식’을 할 거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클러스터사업에 충북도는 충북광역브랜드 ‘청풍명월 한우’와 무항생제 양돈을 하며 친환경순환농업의 모범케이스로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다살림영농조합, 무항생제양계의 선두주자 충북바이오영농조합을 묶는 ‘친환경 축산클러스터사업’이 선정됐다. 자금력이 있는 축협이 사업주체가 되고 충북도와 충북농협이 지원하는 ‘청풍명월 한우’는 체계가 잡히고 탄탄한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양돈과 양계는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성군 삼성면에는 올해 입찰절차를 거쳐 서울축공 이전을 위한 대규모 신축공사가 시작된다. 충북축산기반과 도축유통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큰 사업이다.

충북도는 농축산행정을 폄에 있어 성과를 과대 포장해 스스로를 기만하기보다는 어려운 대내외현실을 직시하고 충북 농축산업의 상태를 올바로 진단해 적재적소 알맞게 수혈해 현실을 이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민병수 충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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