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섭단체가 쌀 직불금 제도의 허점과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부정수령 및 투기목적 활용 등 도덕적 해이현상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국회 차원의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국회는 이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26일간 쌀 직불금 도입단계에서부터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책임소재, 감사원의 감사 경위 및 은폐 의혹에 이르기까지 쌀 직불금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조사한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쌀직불금을 받은 것이나 공무원을 비롯해 사회지도층, 나아가서는 농민들로서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가진 부자들까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국회차원의 조사는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특히 지난 3년간 공직자 4만9767명이 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어, 쌀 직불금 부당수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은 낱낱이 밝혀져야 하고, 차제에 이 같은 불법이 근절될 수 있는 장치도 아울러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을 해야 하고, 여야를 떠나 진실을 밝히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우선 쌀직불금 도입당시 제기됐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하고, 둘째는 부당수령자를 찾아내 직불금을 환수해야 하며, 셋째는 환수한 직불금을 실경작자에게 돌려줘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제도개선 등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에서 교섭단체 합의로 채택된 조사대상 및 범위를 보면 자칫 쌀 직불금 사태를 둘러싼 책임공방만 하다가 끝날 것 같은 우려가 든다.
국정조사 대상 및 범위 가운데 쌀 직불금 불법수령 실태파악과 집행과정 등은 제도개선차원에서 필요하다 치더라도, 감사원 은폐의혹이라든지 청와대 보고 및 조치상황, 책임소재 규명 등은 정쟁으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벌써부터 누가 더 상대편의 비중 있는 인물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낼 것인가를 놓고 기 싸움이 팽팽하다. 전 정권의 잘못이라느니, 현 정권의 고위공직자가 포함됐다느니 하는 것도 이번 국정조사 방향을 쉽게 짐작하게 해 주는 부분이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하고, 부당하게 쌀 직불금을 받았다면 뱉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보다 쌀 직불금이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하면 농민에게 돌아가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농업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국정조사까지 이르게 된 게 올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이어 이번 쌀 직불금 파문까지 벌써 두 번째다. 농업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항으로 부각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농업문제가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돼 안타까움만 더해줬다. 실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국정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본질은 비껴난 채 ‘네 탓’만 하다 끝난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국정조사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지, 쌀 직불금제도 개선이 아닌 여야 흠집 내기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괜한 기우가 아니길 바란다.
<길경민 농수산식품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