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농협인들의 꽃은 시들어야 하는가. 농협인들로부터 꽃으로 불리어온 도 지역본부장 자리가 올해를 끝으로 그동안의 영광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여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인사혁신방안을 마련하면서 도 지역본부, 중앙회 상무, 자회사 등 수직으로 연결되는 인사체계를 전면 쇄신, 이들 자리를 수평체계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 같은 인사원칙이 현실화되면 앞으로는 각각의 자리를 끝으로 농협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인이 도 지역본부장을 거쳐 상무, 자회사 사장으로 이어지면서 요직을 독식한다는 지적과 함께 인사비리에 연루될 소지가 많다는 비난이 있어온 게 사실이다. 또 지역안배에 충실해온 터라 상대적으로 세(勢)가 약한 도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농협중앙회로서는 이번 인사혁신방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도 지역본부장까지 여기에 포함시켜야 하느냐, 마느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농협인들로부터 꽃으로 불리 울 만큼 도 지역본부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고, 그 역할 또한 크기 때문이다.

우선 농협중앙회 도 본부는 행정기관 다음으로 큰 조직인 만큼 지역에서의 인적네트워크 형성이 광범위하고, 둘째는 도 전체의 농협경영을 해야 하는 만큼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셋째는 관내 조합들과 동거동락하며 농업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며, 이에 따른 정책을 소신껏 펴야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한번이라도 현장에 더 나가야 하기 때문에 몸이 고달프고,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농협생활 가운데 가장 많은 보람과 긍지를 갖는 자리로 평가를 받는다. 농협인들 스스로 보람과 긍지를 갖는 자리가 도 지역본부장이고, 그래서 농협인들의 꽃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세운 농협의 인사원칙은 무한책임을 갖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책을 펴야하는 지역본부장을 레임덕 상태에서 시작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퇴직을 앞둔 사람이 열심히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는 게 농협 안팎의 걱정이고 보면 지역본부장의 역할을 스스로 줄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지역본부장으로서 몸소 경험한 노하우와 다양한 지역정보를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의 결정은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해 볼 때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정보가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결정은 ‘찰나’에 이뤄진다. 그러나 찰나에 이뤄지는 결정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 역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일부 문제점을 전체로 확산시켜 농협이 세운 인사원칙을 고착화할 경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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