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돌아왔지만 김장채소 재배 농가들은 반갑지가 않다. 풍작을 이룬 배추, 무 등 김장채소가 천덕꾸러기 신세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출하됐어야 할 배추밭을 쳐다보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진다. 국내 배추, 무는 남아도는데 중국산 김치수입은 급증했다는 소식에는 아예 할 말을 잊었다. 생산비도 못 건지게 가격이 폭락하자 배추, 무밭을 갈아엎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과잉 생산된 김장채소를 수매해 산지폐기하기에 이르렀다. 농업인들이 정성들여 키운 김장채소가 시장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땅 속에 파묻히는 것이다. 실로 서글픈 현실이다.
최근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김치를 담가먹는 가정이 늘었다는 소식이 그나마 농업인들에게는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차제에 정책당국은 적절한 농가 지도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적정한 작목 재배면적을 꼼꼼하게 따져 농업인들을 지도해야겠다. 물론 농산물 수급 조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해마다 농산물 급등과 폭락에 전전긍긍하는 농업인들을 버려 둘 순 없지 않은가.
농가도 ‘정부에서 하라는 반대로만 하면 돈 번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번 배추 값 폭락도 일기가 좋아 작황이 좋은 탓도 있지만 작년에 배추 값이 급등하자 너도나도 배추재배 면적을 늘려 과잉생산된 것이 주된 이유라는데 농업인들도 토를 달진 못 할 것이다.
최근 농협중앙회, 일선 조합, 기관, 단체 할 것 없이 김장이 한창이다. 홀로 사는 독거노인, 고아원, 양로원 등에 보낼 김장이다. 이왕 김장할 것 한포기 더하자. 불우한 이웃에게도 넉넉하게 보내고, 시름에 찬 채소 재배 농가도 돕는 일이니까.
올해는 이웃사랑과 나눔 실천을 김장으로 하자. 가정마다 김장 한 포기, 아니 다섯 포기 더하자. 그것이 고향에 있는 부모의 고단함을 풀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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