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역시 이번에야 말로 농협중앙회를 제대로 손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발언직후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마지막 개혁 작업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는 있으나 개혁의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농협개혁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충분히 논의한데다 자료도 방대해 연구보다는 개혁과제를 선택만 하면 된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어서 해야 할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무게를 두는 게 아닌가 싶다.
농식품부가 주도하는 농협개혁방향의 핵심이 농협중앙회장의 힘을 빼는 대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감사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농협회장의 힘을 빼면 그 힘이 없어지는 것인지, 농민조합원 격인 농협회장의 힘을 빼서 농협중앙회의 운영을 전적으로 직원에게만 맡기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권력이 있으니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도 그렇다. 전직 회장이 직권을 남용해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죄 값을 치루지 않고 무사하다면 후임회장도 그렇겠지만, 무지하거나 겁이 없지 않고서야 그 같은 비리를 저지를 수 있겠냐 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으로 옥살이를 했다고 대통령의 힘을 뺀다거나, 검찰이 업체의 법인카드를 썼다고 검찰조직을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다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지배구조개선을 주제로 농협개혁토론회를 개최해 농식품부의 농협개혁방향에 힘을 실어준데 이어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도 오는 12일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개운치는 않다.
농업 관련 기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나 농식품부의 농협개혁 방향은 결국 농식품부가 상대하기 버거운 농협회장의 힘을 분산시켜 농협중앙회를 마음대로 휘두르자는 속셈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이다.
잘못이 있으면 질책을 받아야 하고, 틀린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줘야 하는 농협중앙회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점에 있어서는 농협중앙회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이유야 어찌됐든 원인제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것은 물론 농민조합원의 요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었느냐는 데는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농협개혁의 방향을 찾아야 하는 부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억울해 하기 보다는 환골탈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농식품부도 일반기업의 구조조정처럼 사람을 자르고, 월급 깎는 식의 충격요법을 농협중앙회에 적용하기 보다는 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길경민 농식품유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