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 16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국제 타피오카 컨퍼런스 2009’에 다녀왔다.

이번 컨퍼런스는 곡물가격 급등세를 타고 ‘타피오카’ 수출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태국 정부가 자국의 ‘효자 상품’인 타피오카를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국제 행사다. 태국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전 세계 27개국의 관계자 150여명을 초청했으며, 아피짓 태국 총리가 참석해 환영사를 한데 이어 수파차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AD) 사무총장이 ‘세계 식량위기와 에너지 위기’ 기조연설을, 또 생산에서 무역에 이르는 많은 국제 전문가들이 타피오카 산업을 둘러싼 제반 여건과 국제 곡물산업 현황 및 무역 동향 등에 대한 다양한 발표를 했다.

‘고구마’ 같은, 일명 돼지감자라고도 부르는 뿌리 작물인 ‘타피오카’는 아직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작물은 아니다. 국내에는 주로 전분이나 주정용, 그리고 사료용으로 일부 수입돼 왔다. 그러다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대체 사료 원료로 주목, 지난해 국내에도 적지 않은 양이 수입됐다. 사료협회만 해도 2007년 10만톤 내외로 수입하다 지난해에는 50만톤으로 그 물량을 대폭 늘렸다.

이처럼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타피오카’ 산업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지대했다. 이는 단순히 작물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바이오 에너지원으로서, 또 새로운 대체 식물 자원으로서의 관심이었다. 현재 옥수수나 설탕이 석유를 대체하는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면서 전분 시장이 에너지 시장과 직간접적인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사료 원료 시장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대표로 참석한 송핑 중국주류협회 회장의 발표는 인상적이었다. 급증하는 석유 수요를 충당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는 발표였다. 그녀는 이와 관련 300억 위안의 자산규모를 가지고 연간 330억 달러 수익을 창출하는 200개 이상의 에탄올 공장이 생겼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 에너지원과 식량 확보 차원에서 어떤 곡물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후발 주자로만 생각해온 중국이 에탄올 분야에선 국내를 단연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와 선임 가격 등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축산농가의 목을 죄던 사료 값도 조만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불같이 타 오르던 해외농업 개발이나 대체 자원 개발에 대한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하다.

그러나 국제 곡물가가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바이오 연료와 대체 작물 확보를 위한 전 세계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원료곡물과 대체 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은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다소간 여유가 생겼을 때, 이럴 때 미래를 위한 투자와 장기적인 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시 한파가 들이 닥쳐 공포 직전으로 내몰려서야 대안을 찾는 일을 반복하지 말자.

<최상희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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