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허리띠를 ‘꽉’ 졸라매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쉬 가실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올해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올 한해 살림살이를 대폭 줄이는 등 긴축예산을 수립하는 한편 이정복 전무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개혁위원회를 가동, 경영상태를 상시적으로 점검키로 하는 등 시작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업부문별로도 철저한 자기반성을 시작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7000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킨 신용사업부문은 변명의 여지없이 머리를 숙였고, 경제사업 역시 적자를 면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지도·교육사업은 효율적인 사업비를 집행해 지도·교육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농협중앙회의 각오는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농협을 둘러싼 비판여론도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농협중앙회가 올해 임직원의 급여를 삭감한데 이어 설 상여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여주기 식’ 이라기보다는 비판을 통감한데 따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 같은 각오를 농업·농촌을 살리는 동력으로 삼아야 할 일만 남아있다. 물론 정부의 농협법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법에 따른 조치를 이행해야 할 과제도 있긴 하다.

그러나 농협이 이 같은 각오를 다진 것이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작업은 농업·농촌을 살리고, 농협을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먼저 한다고 해서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되풀이 되는 농협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농산물유통활성화는 농업에 있어서 ‘만고불변의 법칙’이란 점을 감안해 볼 때 농협 농업경제사업부문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업이 적자사업이란 인식을 일소해야 한다. 적자를 본 만큼 농민에게 이익을 준 게 아니냐는 항변이 있을 수는 있으나 적자로 적자를 메우는 악순환을 거듭해서는 근본적인 농업경제를 해소할 수 없음이다.

경제사업도 사업은 사업이고, 사업은 이윤을 내야 한다. 또 적자보다는 흑자인 상태에서 농민에게 혜택을 줘야 농업 전체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농협중앙본부 새 출발 전략회의’에서 최원병 회장이 “농업경제사업은 왜 적자를 봐야 하느냐”고 지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 농협 농업경제사업실적을 당초 1500억원 적자에서 1000억원 적자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긴 하나 이 같은 적자가 완전히 해소되는 게 농산물유통이 활성화되는 시점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따라서 농협 농업경제사업부문은 경제사업을 적자라는 인식으로 대하기보다는 흑자를 시현한다는 각오로 올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그래야만 농민들에게도 당당히 나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길경민 농수산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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