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름부터 바꿔?”

1978년 제정된 ‘농업기계화촉진법’이 본질적인 법안 수정도 없이 ‘농수산업기계화촉진법’으로 법 제명이 바뀔 판국에 놓였다.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에서 제출한 ‘농업기계화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모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가 어업·수산 업무를 새로 포함했으니 배려차원에서 농어업기계화촉진법으로 법 제명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으며, 의원들의 의견개진을 통해 결국 ‘농수산업기계화촉진법’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17일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기계의 범위에 농산물관련 식품산업용 기계 외에 수산물가공 등의 식품산업용 기계를 포함해 이 분야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원들의 의견이야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법명을 바꿨을 때 생길 수 있는 혼란, 어선법·선박안전법 등 어업과 관련된 타 법률과의 상충성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배려차원에서 ‘수산’이라는 타이틀만 바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촉진법상 법조문상의 모든 자구와 지원근거 등을 수정해 또 하나의 법을 만드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알맹이 없는 껍데기 법명만 바꾸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졸속 법안 처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평이다.

법률 관계자에 따르면 소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안명과 법안내용이 불일치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분명히 문제안으로 지적당할 가능성이 높고, 법사위에서 반려 검토가 나올 경우 자칫 본래 개정코자 했던 실질적인 내용까지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진정으로 농수축산인들을 위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치적 배려보다 신중한 법안심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남종 농수산식품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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