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고깃국. 어렵던 시절 장밋빛 미래를 상징하던 대표적인 말이다. 하지만 그런 쌀이 이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산지 농협 쌀 저장창고에는 쌀 수확시기가 다가오지만 아직 팔지 못한 지난해 쌀이 차고 넘쳐 농민들의 한숨거리가 됐다. 최근 산지 농협과 각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재고 쌀 처리다. 아침 밥 먹기 운동, 축하 화환대신 쌀 보내기, 1가정 쌀 1포 더 갖기 운동 등 모든 아이디어를 내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렇게 쌀이 넘쳐나게 된 것은 지난해 대풍이 제일 큰 원인이겠지만 식생활의 서양화 및 소비 패턴의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 감소도 큰 몫을 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02년 87kg에서 2005년 80.7kg, 지난해는 75.8kg으로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대북 쌀 지원도 끊겨 재고 쌀은 더욱 쌓이게 됐다.
급기야 아침밥을 먹으면 금리가 올라가는 이색 적금상품마저 나왔다.

농협은 쌀 소비 촉진 운동에 참여하면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맛있는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우리 쌀 구매, 아침밥 먹기 캠페인 서약, 불우 이웃에 대한 우리 쌀 후원 등 쌀 소비 촉진에 동참하면 0.4%포인트의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하지만 반짝하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과 적금 출시가 반복되는 쌀 소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
새로운 쌀 수요 개발이 시급하다.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국내 쌀 소비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걸고서라도 밀가루 대신 쌀을 이용해 라면, 칼국수, 과자, 고추장 등을 만드는 업체를 지원해야 한다. 대북 쌀 지원이 어렵다면 아프리카나 다른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는 많다. 남아도는 쌀도 해결하고 국가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쌓여가는 쌀 소진만이 농업인의 주름살을 펴 줄 수 있다.

<엄익복 농어촌경제팀 차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