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문에 난리들이다. 농민들이 땀 흘려 풍년농사는 만들었으되 판로가 마땅치 않고 가격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정부수매가 아니고 농협이 사들이는데 작년가격보다 한 20%나 낮고 물량도 신통치가 않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환장하겠다며 여의도에 올라가 한판농성을 했다.
이렇게 쌀값이 없는 것은 수입물량 때문이라느니, 정부가 조절을 잘 못한 탓이라느니,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밥을 덜먹기 때문이라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밀가루를 몰아내고 쌀가루로 대치하고 북한과 저개발국가에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느니, 직불제를 강화해야한다느니, MMA(최소시장접근)물량을 없애고 관세화로 바꾸어야 한다는 등 해법은 그야말로 천태만상 백가쟁명이다.
그런데 이 지경이 된 쌀 문제를 논함에 있어 한 두 가지 따지고 간과함이 있다고 본다.
우선 왜 쌀이 이렇게 넘쳐 남아도느냐 하는 것이다. 미역국에 쌀밥 한 그릇의 한을 안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그 한 많은 쌀이 언제부터 넘쳐난 것인가. 박정희 대통령시절 식량자급의 지상명령에 농촌진흥청장 직을 건 연구노력으로 통일벼가 나오면서 급기야 쌀 3000만 석 시대가 열렸다. 1980년 냉해 파동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차츰 4000만 석대에 안착하면서 그야말로 쌀 자급 혁명을 이루었다. 그 공로의 1등 주자들은 이미 타계했거나 지금 와병중인 원로들도 있어 안타깝다, 기회에 다시 한 번 그 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1990년대 몰아닥친 우루과이라운드 개방 압력에 대한 경쟁력강화를 위해서 .소위 기술농업에 규모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해외파 농학자들의 주장이 먹혀들면서 14~16대 국회는 수십조 천문학적 예산을 가결했다. 그렇게 퍼부어 기술농업을 추진한데 힘입어 지금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적인 농업국가 반열에 올라 사시장춘 때 계절 구분 없이 채소 과일생선에 육류가 넘쳐나고 닭고기, 우유, 달걀 모든 것이 지천이다. 음식물 낭비와 쓰레기 처리비용이 얼마인가.
소위 공장식 농축산시대가 활짝 연 셈이다. 육종, 생산, 저장, 가공, 유통 모든 농업의 SOC(사회간접자본)가 진일보 했다. 드디어 소 1마리 2000만원의 시대가 왔음을 눈여겨 봐야한다.
생산은 이렇게 확대 되는데 소비는 어떤가. 웰빙이다, 로하스 에스라인 하면서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사람들이 통 밥을 먹지 않고 주전부리나 보조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려는 묘한 세태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절대빈곤 식량부족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영양요구량이 최저단위 칼로리만 메워줘도 ‘행복’ 그 자체였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 그 칼로리 원은 대개 글루코스 즉 당을 만드는 쌀과 같은 곡류와 채소류가 주였다. 그러던 것이 차츰 지방, 단백질원이 공급되고 이제 비타민, 기타 무기물이 충분한 소위 종합적 영양 가치를 갖는 균형식단을 꾸미면서 상대적으로 쌀의 자리가 크게 흔들리는데서 원천적인 쌀 수급 불균형 문제가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균형 식단을 꾸미는데 무려 50여년이 걸린 셈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지금 소비자들은 농축산물도 명품을 내놓으라고 야단이다.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이 문제인 시대가 되었다. 유기농 친환경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GAP(농산물우수관리)관련 용어들도 막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까탈스런 식생활 패턴을 충족시키는 소위 소비자 니즈에 합당한 맞춤식 농업을 요구한다. 오렌지 바나나 LA갈비 등 수입식품도 걸탐 하던 시대도 갔다. 그렇다면 쌀 소비처를 다른 곳에서 더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도 마땅치 않다. 과거에는 군량미가 하나의 대안 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쌀의 수출길이 열리도 있다는 거다. 물량은 아직 만족수준이 아니지만 고무적이다. 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한다. 쌀 문제 해결 없이 농정 선진화 어렵다. 산물벼를 노상에 야적하는 생산 농민만 격하다고 탓 할 일이 아니다. 또 한 번 다 같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
<김창동 대전충남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