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는 축산경제부문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FTA에 대비한 축산물 유통·물류체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2차 중간보고 발표가 있었다.

이날 보고회는 연구용역을 의뢰 받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으로부터 농협이 검토 중인 축산물유통·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브리핑 받는 자리였다. 사실상 연구용역 완료 시점이 오는 3월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최종적인 결과물이라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의 공익성과 차별성은 있으나 초기 재정 투자가 많고 수익성이 낮아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타당성 분석 결과에서도 영업이익은 건립 후 3년차부터 나겠지만 순수익을 내기까지는 7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립에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년이 지나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농협 내부적으로도 이 사업을 과연 추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혹자는 축산물 유통·물류사업보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스런 눈빛도 보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축산물, 그중 돈육산업에 대해 10년, 20년 후를 대비해 중앙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칠레, 미국, EU 등 각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로 이미 국내 축산업의 존망이 위협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 축산물 시장은 수백 개의 개별 브랜드가 난립하며 스스로 시장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있고, 시설은 노후화돼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돼지고기로는 이익을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면서도 수도권 중심의 축산물 소비가 고착화되면서 불필요한 유통·물류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몇몇 대형 마트들이 장악하고 있는 축산물 시장에서 축산인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이 정작 소비지에 대형 패커(packer) 하나 없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단순히 언제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만을 따져 센터 존재의 필요 여부를 결정짓기는 힘들다.

특히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로 앞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자생력 있는 축산경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선 중앙회도 반드시 산지와 소비지를 아우를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

문제는 건축비·장비비·부지매입비 등 초기투자액이 9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농림수산식품부도 내년 신규사업에 반드시 넣어 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왕에 정부도 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축산물 유통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농협 축산경제부문에 대한 자생력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박유신 축산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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