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가 저물고 산업화 사회가 도래하며 세시풍속도 저물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정월대보름은 단지 가정에서 오곡밥을 지어 먹고 땅콩, 호두 등 부럼만 깨서 먹었을 뿐 밭이나 논두렁에 짚을 흩어 놓고 불을 놓아 잡초를 태워 들판의 쥐와 논밭의 해충을 제거하는 쥐불놀이는 유명무실해졌다. 또 귀밝이술을 한잔씩 마시는 풍습과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 횃불싸움도 사라진지 오래이며 10여 년 전만 해도 정월대보름 아침이면 ‘내 더위 사가’라며 인사말 대신 더위 사라는 말을 먼저 던졌지만 지금은 옛 추억으로 무쳐져 가고 있다.

그나마 이달 초 노량진수산시장의 수산물 반입량이 줄어든 이유가 정월대보름 행사인 풍어놀이로 인한 것으로 전해져 어촌에서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다소 마음이 놓인다.

정월대보름이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도 척사대회를 개최해 윷을 놀고 각 중도매인 점포를 돌며 지신밟기를 하며 풍악을 울렸지만 올해는 일요일이다 보니 그냥저냥 지나갔다.
이런 가운데 먹을거리를 홍보하기 위한 각종행사는 어디에서 아이디어가 창출되는지 새록새록 생겨나고 있다. 오이데이, 삼겹살데이, 참치데이 등등...

물론 특정 농수축산물을 홍보키 위해 새롭게 생겨난 각종 행사도 중요하지만 농경사회와 밀접한 우리의 세시풍속을 살려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고 홍보하는데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월대보름 귀밝이술을 각종 전통주로 대신해 ‘귀밝이술 전용 술’을 주조해 홍보하고 오곡밥에 기능과 특성을 홍보해 양곡류의 소비촉진도 한번쯤 고려해 볼만하다. 또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각종 나물류를 시식하고 요리할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에게 제공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음력 3월 그믐이면 ‘전춘(餞春)’이라 하여 음식을 장만해 산골짜기나 강가에 가서 하루를 즐기는 세시풍속이 있다. 또 4월에는 시식(時食)으로서 찐떡·어채(魚菜)·고기만두 등을 해먹는 세시풍속도 있다. 이렇듯 각 절기의 세시풍속은 우리의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새롭게 창출되는 농수축산물 소비촉진행사도 좋지만 우리의 세시풍속과 연계한 농수축산물 판촉전에 머리를 맞대보길 바란다.

<농수산식품팀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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