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긍면 농산유통팀 차장

한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증권시장에 불이 붙고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는가 하면 내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는듯 최근에는 경제연구기관들이 앞다투어 올해 경제전망을 상향 수정하며 장밋빛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MF를 맞아 40억달러도 되지 않던 외환보유액은 6백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금리도 한자리 숫자로 낮아지는 등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청신호들이 각 분야에서 깜박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싯점에서 IMF 이전을 되돌아보자.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을 얻고, 얻은 만큼 세금을 내고, 번 만큼 소비생활을 하는 착실한 생활이 비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간에 단번에 큰 돈을 버는 게 아니면 짜증나고 억울하게 생각돼 큰 돈을 벌 허황된 욕심에 빠진 사람이 많은 때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또다시 IMF 이전으로 회귀하는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우리 농촌도 이런 분위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지난 3월부터 불기 시작한 농촌의 주식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IMF 이후 주춤했던 농촌지역 유흥업소가 농번기임에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업소 관계자는 초저녁부터 예약을 하지 않고는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을 정도란다. 또 어느 농촌지역 담당 자동차 영업사원은 최근 봇물터진 신차 출시와 함께 계약고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희희낙낙해 한다.

물론 이 얘기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돼 온 이른바 「사이비·귀족농민」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농촌 분위기가 자칫 대다수 선량한 농업인들에게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농촌지역에 자금이 넉넉하게 풀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5월말까지 시중에 풀린 농업경영자금은 3조원 규모. 여기에다 정부가 지원한 특별경영자금 3천5백여억원과 중앙회 자체자금으로 지원된 3천9백억원의 특별경영자금까지 합치면 3조8천억원. 또 1천9백억원의 구조개선자금과 4백55억원의 주거환경개선자금까지 합치면 물경 4조원의 돈이 농촌에 풀린 셈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돈이 과연 건전한 농업생산에 사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농촌에 일고 있는 거품경제는 분명 「사이비·귀족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여당 합의에 따라 농촌에 1조원의 특별경영자금이 추가로 풀릴 전망이다. 이제는 자금지원 규모보다도 흥청이는 농촌경제를 잡을 수 있도록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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